대한민국이 배당 논쟁으로 뜨겁다. 배당은 주주와 기업 간의 영원한 밀당(밀고 당기기)이지만 이번엔 정부까지 팔을 걷고 나서며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이들 사이의 주장은 첨예하게 맞서고 하나같이 정연한 논리로 무장돼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 나든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시장과 기업, 정부 사이의 배당을 둘러싼 논쟁을 쟁점별로 짚어봤다[편집자]
1막1장. 배당의 재발견
배당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올해 들어 분명 새로워졌다. 그 시작은 시장에서 나타났다. 이른바 '배당의 재발견'이다. 과거에는 배당은 기업이 해주면 좋고 안해주면 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어느 새 기업이 응당 해줘야 하는 것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그 뒤에는 저성장·저금리라는 시대적 변화가 놓여있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금융상품을 통해 얻는 수익이 변변치 않아지면서 플러스 알파 개념의 배당수익에 눈을 돌린 것이다.
물론 배당 자체가 전부는 아니다. 배당을 할 여력이 있고, 그만큼 자산이 풍부한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그들이 그간 보여준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시장의 눈높이와 가치의 무게가 이동한 셈이다.
돈냄새가 나면 이를 그냥 두고볼리 만무하다. 2002년부터 운용되기 시작한 배당주 펀드는 2008년을 고점으로 정체되다 올해 다시 자산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배당주 펀드 수익률은 코스피를 능가했다.
▲ 출처: 자본시장연구원 |
1막2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열쇠로 부상
자연스럽게 시장의 눈은 기업들의 배당으로 모아졌다. 2000년 이후 배당기업은 늘어났지만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투자자들도 이를 놓치지 않았다. 시장은 더이상 이에 대해 관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게 됐다. 배당수익의 메리트가 높아진 만큼 받을 만큼은 받아야겠다는 심리가 커졌다.
특히 낮은 배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처럼 한국 기업들의 낮은 배당 때문에 한국 증시가 할인되고 외국인들이 투자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증시에는 상당히 의미있는 논의다.
사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짜디 짠' 배당에 대해 일침을 가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침체되며 한국과 비슷한 증시환경의 대만과는 상황이 달라지자 전문가들은 낮은 배당이 외국인이 한국을 외면하는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다.
"배당과 지배구조 이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내부 모멘텀이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은 오너가 아닌 일반 투자자에 대한 주주이익 환원의 명시적인 지표인 동시에 기업 투명성과 지배구조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선진시장 대비 51% 수준이다. 이머징시장의 성장보다 낮고 선진국의 주주환원정책보다 낮은 한국의 특징이 반영돼 있다. 따라서 배당성향 상승 기대로 PBR 디스카운트 해소가 기대된다. 배당성향 관련 종목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
▲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수준(출처:이트레이드증권) |
1막3장. 충분조건을 찾아서
그렇다면 기업들이 배당을 늘려서 배당수익이 늘어나면 외국인들이 앞다퉈 한국 증시 투자에 나설까. 일면 가능한 일이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배당을 늘리는 것이 필요조건이 될 수 있지만 충분조건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미 침체된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 배당 메리트라도 높여 다시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하지만 일반(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한 것은 낮은 배당 때문만이 아닌 시장에 대한 불신과 낮은 기대 등 다른 이유도 크다.
"국내 주식시장의 높은 매매회전율은 투자자들이 단기투자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투자자별 평균보유기간은 0.58년인데 반해 개인은 0.4년에 불과하다" 김성민 한양대학교 교수
기업들이 배당을 늘린다고 당장 투자자들이 배당투자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한국은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기 때문에 배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생각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
증시의 중요한 축인 외국인이 배당 메리트를 보고 들어와 정작 고배당을 받아간다면 이 역시 국부유출이라는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론 이런 인식은 후진국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배당재원인 현금여력이 큰 대기업들은 외국인 비중이 클 수밖에 없고 배당이 크게 늘어난다면 과거와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피하기 어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