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올 한 해 1조원을 벌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던 미래에셋대우가 아쉬움을 달래게 됐다. 하반기 급변한 업황 탓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증시 반등을 기대하며 실적 전망치를 1조원으로 잡았지만 하반기 증시 침체 영향으로 실제 연간 실적은 애초 예상치에서 40% 줄어든 60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7일 올해 2월 초 1조원으로 상정했던 올해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전망치를 6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정정공시했다.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의 순손익을 말한다. 회계기간에 속하는 모든 수익과 이에 대응하는 모든 비용을 기재하고 법인세 등을 차감해 순손익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당해 사업연도의 법인세 비용을 공제하지 않은 순손익이다.
이번 공시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공시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규정에 따르면 상장법인은 영업손익 전망을 공시하고 대내외적 변수가 생겨 수치를 변경해야 할 경우 이에 대한 정정공시를 내야 한다.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까지의 경영실적 및 4분기 실적 전망을 고려해 정정했다고 공시하면서 변경 원인으로 시장 변동성 심화 영향을 꼽았다. 현시점에서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범위를 5500억~650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는 1조원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하반기 들어 국내외 주가가 고꾸라져 실적 전망치를 수정해야만 했다"며 "당시엔 이 정도로 출렁일 것이라고 내다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월 초 미래에셋대우는 2018사업연도 법인세비용차감전수익 전망치를 1조원으로 잡고 이같은 내용을 공시했다. 이는 올 초 복수의 증권사들이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을 3000포인트 이상으로 설정하면서 내놓은 증시 장밋빛 전망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자기자본 1위 증권사가 연간 순익 1조원을 벌어들일 것이란 전망은 시장 기대감을 한껏 더 키웠고 그만큼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실제 올 상반기까지 증시는 활황을 띄었다. 미래에셋증권은 투자금융 부문과 글로벌 투자 부문 수익이 확대되면서 상반기 기준 연결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4355억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순익은 3578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를 살짝만 웃돌아도 2월 초 내건 '1조원' 목표에 거의 근접할 수 있었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는 반전됐다. 특히 10월 들어서는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등 영향으로 미국 증시가 출렁이기 시작했고 코스피지수도 22개월 만에 2000선이 밀리는 하락장이 연출된 것.
국내외 증시가 고꾸라지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예년에 못 미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미래에셋대우도 마찬가지였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1062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 누적치는 5418억원으로 연간 전망치에 한참 못 미쳤다. 3분기 순익은 2016년 합병 이후 가장 낮은 765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들어서도 국내외 증시가 회복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미래에셋대우의 목표치 달성은 불가능해진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실적을 충당하는데 대내외적 변수는 수도 없이 많다"면서 "특히 올해 시장은 변수가 너무도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