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외감법은 낮은 회계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극약처방"(금융당국) vs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 증가로 상장사 무더기 퇴출 대란 우려"(기업 및 증권업계)
지난해 11월 내부회계 기준을 강화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도입됐다.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도입되다 보니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이 크게 늘어 무더기 상장폐지 우려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부랴부랴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이 즉시 상장폐지 절차를 밟지 않도록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기업들은 일단 한숨 돌렸지만 1년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이슈가 해소될지 여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신외감법 부작용에 기업들 '끙끙'
신외감법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 범위를 확대하고 내부 회계 관리를 외부감사인 검토에서 감사 수준으로 올린 것이 골자다. 더불어 표준감사 시간 도입과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로 감사인의 독립성 보장을 강화했다.
이처럼 좋은 취지에도 기업들은 준비와 비용부담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이 늘어 상장사들의 무더기 상장폐지 우려마저 나왔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을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는 한화를 비롯해 금호전기, 동양물산기업 등 13개사다. 코스닥은 차바이오텍, 엘아이에스, 동양피엔에프 등 12개사다.
현재도 작성업무 준비와 작성소요 시간 증가를 이유로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공시를 내는 기업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제출 지연 공시에선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코스닥 기업을 중심으로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이 속출해 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현행대로면 상장 법인이 감사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실질심사 없이 상장폐지가 결정되며 즉시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만약 이의를 신청할 경우 동일한 감사인과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한해 코스닥 기업은 6개월 이내, 코스피 기업은 1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한다. 기한 내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변경된 경우에 한해 상장이 유지되고 매매거래 정지가 해제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된다.
◇ 대안책 내왔지만…거래정지·이슈해소 어찌할까
다행히 취지보다 시장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한 금융당국은 기업의 외부감사 부담 완화를 위한 감독지침과 대안 마련에 나섰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대한 상장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이번 방안으로 감사의견이 2년 연속 비적정인 경우에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감사의견 비적정이 나와도 재감사를 요구하지 않고, 다음해 감사인의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재감사 요구가 폐지되는 만큼 코스닥 기업의 개선기간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감사를 받아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변경되는 경우 개선 기간 전이라도 매매거래 정지가 해제된다.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으로선 당장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게 돼 안도하고 있다. 1년이라는 개선 기간을 두고 앞으로 반기 감사와 결산 감사를 통해 해소될 수 있는 이슈가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 중 대부분이 실제 문제가 있는 경우보다 회계법인의 책임 강화로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주어져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1년 동안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일부의 경우 엄격한 회계 기준에 대응하지 못해 비적정 요인이 남아 결국 상장폐지 시기만 늦추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신외감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부가 이제 대안을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이번 대안에 대한 안도감과 더불어 여전히 우려는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