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신(新) 외부감사제도 도입으로 기업의 내부회계 관리제도에 대한 외부 감사인의 검토가 감사로 강화된다.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을 높여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했으나 감사 시간과 비용 문제로 기업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외부감사인이 최근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해 비적정 의견을 내면 상장 폐지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코스닥 중소기업의 무더기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12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코넥스협회, 금융감독원, 공인회계사회, 회계기준원 등 관계 기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기업의 외부감사 부담 완화를 위한 감독지침 등을 마련키로 했다.
◇ '회계 투명성 강화' vs '기업 활력 저해'
신 외감법의 주요 내용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확대하고, 내부 회계 관리를 외부감사인 검토에서 감사로 수준을 올리는 것이다.
또 기존 경영진이 선임했던 감사인을 감사위원회에서 선임하고, 감사 선임 기간도 단축된다. 감사인도 등록제도를 도입하고 감사시간 역시 표준감사시간을 도입키로 했다.
지난해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회계 이슈가 불거진 만큼 신 외감법이 정착하면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또 감사의견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무더기 상장폐지도 우려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신 외감법 시행으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이 높아졌지만, 외부감사가 까다로워지면서 기업이 호소하는 어려움이 예상 수준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기업이 상대하는 외부감사인과 감독기관 업무 방식이 과거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위원장은 "다만 외부감사 부담으로 기업 활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회계 개혁의 성공과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제도 개선 방안과 지원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신 외감법 취지 살리고 보완 나서
금융당국은 향후 외부감사가 독립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되, 회계기준 및 법령의 구체적 해석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감독지침을 제공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무더기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이달 중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대한 상장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상장회사는 적정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상장폐지 대상이 되기 때문에 외부감사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닥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 15개사 퇴출 과정에서 재감사 비용, 짧은 개선 기간 등에 대해 기업들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 기업의 회계 처리 책임 강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외부감사인이 기업에 과도한 수감 부담을 지우는 근거로 오용되는 사례도 발생해 해당 법령들에 대해 합리적인 감독지침을 제공한다.
특히 창업 초기 스타트업 등은 가치평가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움에도 외부감사 과정에 고려되지 않아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어 피투자회사 지분 공정가치 평가 관련 지침도 포함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감독원과 공인회계사회는 제시한 감독지침을 유념해 향후 감독업무에 충실히 반영해 달라"며 "사전 예방과 지도 중심의 회계감독 활성화를 위해 다음달부터 도입하는 재무제표 심사제도도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