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외부감사법(이하 신외감법)이 도입된 지 4년여가 지난 가운데 기업들은 감사보수 부담은 늘어난 반면 감사품질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감사인 지정회사 대부분이 감사보수 산출근거를 안내받는 등 지정감사 업무 수행 모범규준 준수율은 개선됐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감독원은 신외감법 제도 전반에 대한 회사 및 감사인,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종합해 공개했다. 금감원이 지난 10월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간담회를 개최해 입장을 수렴한 결과다.
신외감법은 지난 2018년 11월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을 골자로 시행된 제도다. 앞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대형 분식회계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기업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회계개혁 성격이다.
다만 외감제도 전반이 강화되면서 회사와 감사인 모두에게 고충과 애로사항이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감원 의견수렴 결과 먼저 회사들은 감사인 지정에 따른 감사보수 증가와 연결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관련 적용범위 등 실무 적용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우선 감사인 지정제에 대해 회사들은 회사의 감사보수 부담은 크게 증가했지만, 감사품질의 개선은 체감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저연차의 전문성이 낮은 회계사 투입과 그들의 고압적 태도, 많은 감사자료 요구 등에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지정감사라는 이유로 시간당 보수를 큰 폭으로 인상한 점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 경우 대상 종속회사 범위가 불분명하고, 해외 종속회사 및 감사인의 이해도가 낮아 어려움이 크다는 평가다. 표준감사시간의 경우 가이드라인 성격임에도 감사시간이 표준감사시간에 현저하게 미달할 때 감사인이 지정될 수 있는 외감법규로 오해가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회계법인들은 지정회사에게 전년 대비 감사자료(샘플증빙 등) 요청을 많이 하면, 필수적인 절차임에도 '무리한 자료요구'로 오인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인 지정군 분류 요건의 연중 유지를 위한 안전장치 또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해외 투자은행(IB) 등 투자자들은 주기적 지정이 해외에 없는 제도이지만, 국내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보완하고 회계투명성 향상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의견을 냈다. 잦은 제도 변경이 오히려 국내 자본시장의 안정성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일관된 정책의 꾸준한 추진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감사인 지정회사(94%)가 지정감사 업무 수행 모범규준을 안내받고 적용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김철호 금감원 회계관리국장은 "회사 및 감사인에 대해 모범규준 준수를 독려한 효과"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