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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셀트리온 분식회계 논란이 남긴 것

  • 2022.03.16(수) 06:30

증선위, 회계감리 결과 고의성 없는 과실 판단
셀트리온 "회계 해석상 차이 발생…아쉬움 남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난 2018년부터 이어져 온 셀트리온 3사의 분식회계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금융당국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고의가 없는 과실로 판단하면서입니다.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판단이 나오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거래정지) 대상에 오르는 만큼 고의성 여부가 중요했는데요. 이번 감리 결과로 셀트리온 3사는 회계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관련 기사: '분식 논란' 벗어난 셀트리온, 거래정지 피했다(3월 11일)

분식회계 논란은 셀트리온그룹의 복잡한 의약품 생산·유통 구조에서 비롯됐습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의 개발과 생산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외 유통·판매를, 셀트리온제약은 국내 유통·판매와 화학 합성의약품(케미칼) 사업을 각각 맡고 있는데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만들면 이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이 사들여 재고로 보관하다가 국내외 시장에 파는 방식입니다.

그동안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넘기면서 매출로 반영해왔습니다. 지배구조상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은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아래에 놓여 있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별도로 분리된 법인이고요.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어서 양사간 거래를 매출로 잡아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는데요. 보통 계열사간 거래는 내부거래로 보고 회계처리 과정에서 매출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에 셀트리온은 내부거래를 통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셀트리온의 매출은 고스란히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으로 쌓입니다. 즉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셀트리온의 매출과 연결된 셈인데요. 금융당국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일부 재고자산의 가치하락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고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재고 의약품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자산이 손상된 것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고요.

반면 셀트리온 측의 입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바이오의약품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는데요. 회사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으로부터 원료의약품을 공급받아 이를 완제의약품 형태로 재가공해 유통사에 공급합니다. 이때 원료의약품의 유효기간이 끝나더라도 완제의약품으로 가공해 약의 효능을 검증하면 유효기간을 새롭게 부여받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통해 유효기간을 지속해서 연장해왔고 그동안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따로 재고자산의 손상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주목할 점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번 감리 결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재고자산을 부풀린 게 아니라 적절한 회계처리를 했다고 봤다는 점입니다. 증선위는 해외 유통·판매를 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국내외 식약당국의 해석을 고려해 재고자산 손상처리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다만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유통사에 의약품을 판매할 때 사후 정산할 금액을 감안하지 않고 회계처리한 부분을 위반 사항으로 지적했죠. 또 국내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제약은 재고자산을 과대계상,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증선위가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셀트리온그룹은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개척한 기업이죠. 새로운 사업과 상황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기업과 금융당국 모두 혼란을 겪었고요. 증선위는 이번에 4가지 개선과제를 발표하면서 "이번 제재로 회계법인들이 신산업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외부감사에 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또 신산업의 회계처리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밝혔고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물론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아쉬움도 남아있는 분위기입니다. 증선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 2018년 의약품 국내 판매권을 셀트리온에 매각한 뒤 받은 218억원이 매출이 아닌 영업외수익에 해당한다고 봤는데요. 일각에선 의약품 유통 기업이 판권을 사고파는 행위는 영업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반론이 나옵니다.

해외 유통사 사후정산과 관련해서도 계약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셀트리온그룹 역시 "일부 회계처리 기준 위반 판단이 바이오 의약품의 특수성이나 글로벌 규정 등에 대한 회계 적용 해석상 차이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아쉽다는 입장을 내놓았고요.

최근 임상 실패부터 분식회계·횡령 등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잇따라 악재가 터지면서 기업의 신뢰도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의약품은 생명과 직결된 만큼 보다 촘촘하게 회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금융당국의 지침과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 간 괴리가 좁혀지지 않으면 산업이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새로운 사업과 상황에 맞는 회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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