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서 금리인상에 따라 주식투자계좌에 대한 예탁금이용료율을 높이는 등 개인투자자 잡기에 고심하고 있는 반면 정반대 상황도 벌어질 전망이다. 바로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선 동학개미들이다.
현재 증권사 신용거래융자(신용대출) 금리가 연 10%에 육박한 가운데 연내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빚투 개미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어서다.
연초 급락한 주식시장이 반등은커녕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주가가 내려가면서 담보비율을 채우지 못하고 강제 청산되는 반대매매 규모는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두 배를 뛰어 넘었다.
신용대출 이자 연 9.71%…기준금리 인상 시 10% 등장 관측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대출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당장 이달부터 증권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을 살 경우 최대 연 9% 후반대의 이자를 내야 한다.
DB금융투자는 지난 2일부터 신용대출 기간별 전 구간에서 0.20%포인트씩 인상한 금리를 적용했다. 90일을 초과한 신용대출의 경우 이자율이 무려 연 9.71%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 중 최고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신용대출 최고 이자율은 연 9.50%로 그 다음으로 높다. 전일에는 31일 미만 신용대출에 대해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이자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 증권사에서는 한달만 신용대출을 해도 연 7.65%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대신증권은 고객 등급에 따라 신용대출 이자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데, 최고 이자율이 연 9.0%다. 역시 가장 비싼 신용대출 이자를 물리는 국내 톱3 증권사다.
이외에도 지난 4월 일찍이 이자율을 조정한 미래에셋증권과 이달 2일 역시 이자율을 올린 메리츠증권 모두 신용대출 최고 이자율이 연 8.9%로 9%에 육박한다.
통상 증권사 신용대출은 단 하루만 실행해도 이자가 붙는다. 이자율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세지는데 90일 초과 기준 연 9% 후반대까지 올랐으니 고금리 융자다.
개미들의 이자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증권사 신용대출 이자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가 연내 2%를 넘길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낸 한국 경제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7월과 8월, 10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기준금리는 올해 말 2.50% 수준이 된다.
살얼음판 증시에 반대매매 계속 불어…깡통계좌 속출 우려
금리인상은 이처럼 빚투 개미의 이자 부담을 늘리는 동시에 증시에도 악재다. 선진국 국채나 은행 예금 같은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져 주식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다. 더욱이 전 세계적 긴축 기조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 시장 불확실성이 큰 현 상황에서는 증권가조차도 반등에 대한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위축이 금융환경 긴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주식은 여전히 불안한 자산"이라며 "수요 둔화 우려로 이익 성장 기대치가 낮아질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반등 전환은 요원하다"고 분석했다.
개미에게 증시 부진은 또 다른 짐이다. 투자한 종목이 급락해 강제 청산을 당하는 개인투자자가 급증한 것이 실제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수가 급락하기 시작한 연초부터 지난달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일평균 166억원에 이른다. 이는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폭락한 2020년 같은 기간(136억원)보다 22% 이상 많은 금액이자 팬데믹 이전인 2020년(78억원)의 2.1배다.
월별로 보면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3월 일평균 148억원 수준이던 반대매매 규모는 4월 156억원, 5월 16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보유한 종목을 모두 팔아도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깡통계좌'의 속출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대매매로 투매 물량이 나오면 주가가 추가로 급락하고 또 다른 반대매매가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요즘 같은 장세에서는 대규모 반대매매까지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인 스탠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빚투에 따른 저가매수는 결국 투매의 가능성만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