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 1곳, '상장 철회 4회'
'역대급' 타이틀을 과시했던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마무리됐다. 유동성 축소로 증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공모 시장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탓이다.
그럼에도 쏘카를 비롯해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컬리 등 대어들이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칼바람' 분 상반기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스팩 포함)은 총 44곳이다. 지난해 1~6월 57곳이 상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13곳이 줄었다.
시장별로 따져보면 코스피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이 1월에 상장한 뒤 기업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작년 상반기보다는 상장기업 수가 8곳 줄었다. 코스닥 시장은 43곳으로 작년보다 5곳 적다.
지난해 조 단위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 대열에 올라탄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올 초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개시로 시중 유동성이 쪼그라들면서 경색된 모습이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4개의 기업이 상장 게획을 접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대명에너지와 보로노이 두 기업이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이들 모두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기대했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레이스를 자진 이탈했다.
시장에서는 고평가된 기업가치를 흥행 실패 요인으로 보고 있다. 공모가를 산정하기 위한 비교기업군에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간 점이 공모가를 높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명에너지와 보로노이는 공모가를 낮춰 37%, 29%씩(희망범위 상단 기준) 낮춰 다시 상장에 도전했다.
높은 구주매출 물량도 발목을 잡았다. SK쉴더스의 구주매출 비중은 47%, 현대엔지니어링은 75%에 달했다.
그럼에도 강행
그러나 찬 바람이 몰아치는 시장 분위기 속에도 연내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많다. 대어급 중 스타트를 끊는 곳은 쏘카다.
지난 4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쏘카는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8월 중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희망 공모가는 3만4000~4만5000원으로 예상 시가총액은 1조2000억~1조5900억원이다.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컬리, 골프존카운티, 바이오노트 등은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대주주인 아람코의 주주권한이 과대하다는 문제점을 지적받았으나 최근 서류 검토가 마무리되면서 심사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이밖에 SSG닷컴, CJ올리브영, 오아시스 등도 연내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들이 IPO를 강행하는 것은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대어급의 경우 지분 정리나 구주주 엑시트(수익 실현)를 위한 목적이 강하다.
대기업 오너가의 지분이 들어가 있거나, 혹은 시리즈 투자를 받을 때 상장 조건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쏘카 역시 지난 4월 예비심사 통과결정을 통보받은 후 재무적투자자(FI)들과 논의를 거쳐 6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받은 기업은 무리해서라도 상장을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수익을 회수하도록 엑시트 플랜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투자 밸류에이션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해야 하기에 무리하게 공모가를 책정하거나 구주매출 비중이 늘어나는 사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증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만큼 흥행 여부는 미지수다. 기관투자자들도 신중 모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구주매출 비중, 대주주 보호예수 물량 등 수요예측을 위해 자체적인 기준을 세우고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올해는 버티기 국면"이라며 "수요예측에 들어가더라도 실수요만 들어가는 등 보수적으로 접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비싸게 가치를 산정한 기업들이 상장을 하고 나서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다음 상장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와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잡히기 전까지는 IPO 시장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 물가 지표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등을 확인하면서 가시적인 미래 그림을 그리려면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