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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기술성장기업, 그것이 알고 싶다

  • 2022.08.26(금) 09:00

<기술성장기업 특집 1편>
2005년 제도 시작, 현재 141곳 상장
10곳 중 7곳 이상 적자 면치 못해

공모주 청약이나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간혹 '이 기업은 기술특례로 상장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분 계실 텐데요. 최근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을 부르는 정식명칭은 바로 '기술성장기업'이에요. 회사가 연구‧개발 중인 기술의 성장성이 밝은데 자본력이나 버는 돈이 부족한 기업들이 있죠. 이런 기업들은 전통적인 주식시장 상장요건을 갖출 수 없어요. 따라서 자본력 등 다른 부분은 보지 않고 기술력의 가능성만을 평가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이것이 바로 기술성장기업 제도. 대학입학전형의 특별전형과 비슷하죠.

기술성장기업 제도로 상장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신라젠이에요. 항암제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며 자체 기술력을 내세워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했지만 결국 회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임상시험 실패로 2년 넘게 거래정지 상태인데요.

신라젠 사례로 선뜻 기술성장기업에 투자하기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죠. 기술성장기업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지 공시줍줍이 직접 기술성장기업 데이터를 분석했어요.

기술성장기업 제도 알아보기

=그래픽/김용민 기자

먼저 기술성장기업 제도를 간단히 알아볼게요. 기술성장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려면 2가지 전형 중 하나를 통과해야 해요. 하나는 회사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고 들어가는 ①기술평가특례. 다른 하나는 상장주선인, 즉 증권사의 추천으로 들어가는 ②성장성 추천 방식이에요.

①기술평가특례는 자기자본 10억원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둘 중 하나만 충족하면 OK) 전문평가기관 22개사 중 두 곳에서 A등급과 BBB등급 이상의 기술평가 결과를 받아와야 해요. 

②성장성 추천은 상장을 주선하는 증권사가 성장성을 평가해 추천한 중소기업이면 가능해요. 물론 적정 감사의견을 받고 자기자본 10억원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해야 해요. 

위 조건은 최소요건(형식적 기준)이고 이후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거쳐 최종 상장여부를 결정하는데요. 

상장 후 코스닥시장 퇴출요건도 기술성장기업은 일반 코스닥시 상장사보다 완화된 요건을 적용받아요. 

일반적인 코스닥 상장사는 최근 1년간 매출액(별도재무제표 기준)이 30억원 미만이거나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손실(해당 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고 10억원 이상, 연결재무제표가 있는 기업은 연결기준)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요. 또 최근 4년간 영업손실이 계속 이어지면 관리종목 지정대상인데요.  

반면 기술성장기업은 매출액 요건을 상장 후 5년간 유예 받아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손실 역시 상장 후 3년 간 적용받지 않아요. 영업손실 요건은 아예 적용받지 않아요.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한 이상 계속 영업손실이 나도 코스닥시장 퇴출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기술성장기업은 기업운영의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죠. 매출액, 영업이익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기술성장기업 제도의 취지라고 볼 수 있어요.  

2005년 도입, 현재 141개사 

기술성장기업 제도는 2005년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출발했는데요. 2005년 12월 29일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1호 기업이 바로 바이오니아헬릭스미스예요. 이후 2010년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5곳에 불과했는데요. 

이후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꾸준히 증가했고 2017년 성장성 추천제도가 도입되면서 2020년 이후에는 무려 65개 기업이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했어요. 7일 기준 현재 기술성장기업(기술특례+성장성 추천)제도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141개. 

이 중 스팩(기업인수합병목적회사)으로 출발해 기술성장기업 상장으로 넘어온 7개사를 제외하면 순수 기술성장기업제도로 상장한 기업은 총 134개예요. 

134개 기업들의 업종은 크게 9가지로 나뉘는데요. 제약바이오가 62개사로 가장 많고 이어서 의료기기(17개사), 소재부품장비(16개사), 생명공학(9개사), IT서비스(9개사), 소프트웨어(8개사), 화학(5개사), 기계제조(4개사), 영상광고(4개사) 순이에요. 제약바이오 비중이 상당하죠. 

파멥신, 지난해 매출 6000만원

=그래픽/김용민 기자

제도의 특성상 기술성장기업들은 일정기간 매출액 요건 유예, 영업손실 요건 미적용 등 완화된 제도의 혜택을 받는데요. 하지만 영업손실을 제외하고 매출액과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손실은 3년에서 5년까지 정해진 기간 동안 유예를 받는 것일 뿐 해당 기간이 지나면 다른 회사들과 똑같이 코스닥시장 퇴출요건을 적용 받아요. 

따라서 유예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기술력을 키우고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사업실적을 보여줘야 하는데요. 

지난해 134개 기술성장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162억원이었어요. 이 중 1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곳이 64곳, 5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한 곳은 8곳이었는데요. 

134개 기술성장기업 중 지난해 매출액을 가장 많이 기록한 곳은 아모그린텍이었어요. 이 회사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업을 하는 곳으로 지난해 122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어요. 다음으로 영상·광고 업종인 엔비티(796억원), 제약·바이오 업종인 EDGC(777억원), 의료기기업체 수젠텍(772억원), 제약·바이오 업종 제놀루션(728억원) 순이에요. 

매출액을 아예 적지 않은 곳도 있어요. 티움바이오, 메드팩토, 박셀바이오, 바이젠셀 4곳은 지난해 매출액을 0원으로 기록했어요. 4곳은 아직 기술력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단계라 별도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요. 모두 신약개발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바이오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10억원 미만의 한 자릿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도 16곳이 있었는데요. 이 중 바이오기업 파멥신올리패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각각 6000만원, 5000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직원 수십 명을 두고 있는 회사의 매출액이 웬만한 대기업 직원 1명의 연봉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죠. 

99개 기업, 당기순손실 기록

=그래픽/김용민 기자

기업이 모든 비용을 제하고 순수 벌어들인 돈인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134곳 중 35곳으로 이들은 평균 62억원의 순이익을 냈어요. 

반면 99개 기업이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게는 7억원에서 많게는 5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어요. 기술성장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죠.

상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손실을 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순손실을 기록중인 99개 기업 중 비교적 최근인 2020년 이후 상장한 기업(45곳)도 있지만, 올해로 상장한 지 5년이 넘는 2018년 이전 상장한 기업도 22곳이나 있어요. 

올해로 상장 5년째에 진입한 2018년 상장사도 15곳이나 있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기업들도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죠.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인 헬릭스미스는 2005년에 상장해 올해로 상장한 지 17년이지만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무려 540억원이나 냈어요. 2015년 상장한 생명공학기업 엔케이맥스도 지난해 2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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