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총 141개 기업이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해있는데요. 이 중 제약‧바이오 업종 비중은 44%(62개)로 절반에 가까워요. 상당수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기술성장제도를 활용해 주식시장에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죠.
대표적 사례가 바로 신라젠이죠. 2016년 기술성장제도를 활용해 코스닥 시장에 들어온 신라젠의 기술력에 많은 투자자들이 기대를 걸었는데요.
하지만 현재 신라젠은 기술성장기업의 가장 안 좋은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요. 2년 넘게 거래정지 상태에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상장폐지 심의를 받고 있는 상황.
만약 상장폐지 결정이 나오면 기술성장기업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중에선 최초로 코스닥시장에서 쫓겨나는(?) 사례로 남을 수 있는데요.
신라젠뿐만이 아니에요. 공시줍줍이 기술성장제도로 상장한 62개 제약바이오기업을 분석한 결과 명과 암은 극명히 갈리는 모습이었는데요. 다른 길을 걷는 바이오니아와 헬릭스미스
2005년 기술특례제도 도입이후 처음으로 제도의 혜택을 받고 상장한 바이오니아와 헬릭스미스의 사례가 대표적.
두 기업은 2005년 12월 29일 나란히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는데요. 바이오니아의 공모가는 1만1000원, 헬릭스미스의 공모가는 1만5000원이었어요.
하지만 현재 두 기업의 모습은 정반대인데요. 바이오니아는 지난해 매출액(별도재무제표 기준) 1273억원, 당기순이익 144억원을 기록한 반면 헬릭스미스는 2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고 54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어요.
2020년부터 흑자전환한 바이오니아는 지난 4월 한국거래소 소속부도 변경되었어요. 기존 기술성장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로 바뀐 건데요. 소속부란 기업규모와 재무상태, 경영성과 등을 평가해 주식시장 종목을 나누는 기준.
코스닥시장 소속부는 크게 ▲우량기업부 ▲중견기업부 ▲벤처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으로 나누는데 기술성장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로 바뀐 것은 기업의 지위가 수직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해요.
반면 헬릭스미스는 지난 2020년 자기자본의 50%를 넘는 법인세비용차감 전 손실이 나오면서 관리종목에 지정될 위기에 처했는데요. 참고로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최근 3년 간 2회 이상 법인세비용차감 전 손실이 나오면 관리종목 지정대상이에요.
이후 헬릭스미스는 공모형태의 유상증자를 통해 16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관리종목 지정대상 위기에서 벗어났어요. 유상증자를 하면 늘어난 주식 수만큼 자본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 차감 전 손실비율이 줄어들기 때문.
회사원 연봉과 비슷한 매출액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한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니아처럼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아직 매출액조차 제대로 내고 있지 못한 기업들도 있어요. 10억원 미만의 한자리 수 매출액을 기록 중인 기업들은 15곳인데요.
2018년 상장한 파멥신은 상장 당시 2020년 추정매출액을 1185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2020년 매출액은 5982만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도 6770만원에 그쳤어요. 수십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회사의 매출액이 회사원 1명의 연봉 수준과 비슷한 것이죠.
또 최근에는 호주와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재발성 교모세포종 신약(TTAC-0001)' 임상 2상을 조기 종료한다는 내용도 공시했는데요. 이번에 임상시험을 종료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 물질)은 상장 당시 회사 가치의 핵심으로 주목받던 분야.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주주들로부터 추가자금을 조달받는 유상증자까지 진행했는데 임상을 종료한다는 발표를 한 것이죠.
같은 해 상장한 싸이토젠은 상장 당시 2020년 추정매출액을 207억원으로 잡았는데요. 하지만 실제 2020년 매출액은 목표보다 한 참 낮은 4억원을 기록했고 2021년 매출은 3억원으로 더 낮아졌어요.
2019년 상장한 올리패스는 2022년 추정 매출액을 1611억원으로 잡았는데요. 하지만 2021년 매출액은 단 4800만원이었고, 추정매출액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올해(2022년)도 1분기 매출액(별도재무제표 기준)은 1200만원을 기록중인 상황이죠. 10곳 중 8곳 이상, 적자면치 못해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한 제약바이오 62개사 중 2021년 기준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은 8개(이수앱지스 , 피엔에이치테크, 비피도, 라파스, 지오엘리먼트, 인트론바이오, 알테오젠, 제놀루션)이고요.
반면 나머지 54개 기업들은 당기순손실을 기록중인데요. 따라서 10곳 중 무려 8곳 이상이 이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상황이죠.
상장한 지 비교적 오래된 ▲크리스탈지노믹스(2006년 상장) ▲제넥신(2009년 상장) ▲진매트릭스(2009년 상장), ▲레고켐바이오(2013년 상장) ▲강스템바이오텍(2015년 상장), ▲HLB제약(2015년 상장) 등도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의 적자를 냈어요.
목표 실적은 높았지만 현실은 적자
62개 제약‧바이오기업 중 미래추정이익을 기준으로 희망공모가를 산정하고 현재 해당 추정실적이 확인 가능한 27곳을 추려봤는데요.
27개 기업 중 희망공모가 산정의 기준인 미래추정이익을 달성한 기업은 디엔에이링크와 인트론바이오 2곳이었는데요. 디엔에이링크는 2011년 미래추정이익을 12억으로 예측했고 실제 2011년 1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는데요.
다만 지난 기술성장기업 특집 2편 기사([공시줍줍]목표는 수백억 흑자, 현실은 수백억 적자) 에서도 말씀드렸듯 디엔에이링크가 희망공모가를 산정할 당시에는 이미 2011년 3분기 실적을 확정한 상태였고 비교적 정확히 추정 가능한 4분기 실적만을 추정해 공모가를 산정했다는 점. 따라서 사실상 미래추정이익을 바탕으로 했다고 보기 어려워요.
인트론바이오는 추정순이익을 8억으로 잡았고 실제 순이익은 9억원을 달성했는데요. 다만 2010년 말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이미 나온 2009~2010년 실적을 바탕으로 희망공모가를 산정한 만큼 미래추정이익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려워요.
디엔에이링크와 인트론바이오를 제외한 24개 기업 중 미래추정이익을 실제 달성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어요.
지오엘리먼트가 10억원 미만의 비교적 근소한 수치로 미래추정이익을 달성하지 못했어요. 다만 지오엘리먼트도 이미 나온 2021년 반기 순이익을 연환산한 수치로 추정순이익을 기록했다는 점,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나머지 24개 기업은 미래추정이익은 수십~수백억 원의 순이익을 내겠다고 했지만 실제 실적은 미래추정이익보다 한참 낮았고 대부분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어요.
2018년 상장한 엔지켐생명과학은 2021년 2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 실적은 2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어요. 파멥신도 2020년 265억원의 순이익을 내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281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