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미국 물가쇼크에 또 한번 출렁였다.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이 시사된 때문이다.
지난밤 미국 뉴욕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코스피도 1.5%가 넘는 낙폭을 보였다. 달러/원 환율은 마침내 1390원대를 돌파했다. 또 연고점이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6%(38.12포인트) 빠진 2411.42에 장을 마감했다.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3~5% 넘게 급락하면서 코스피도 전일보다 2.41%(59.07포인트) 떨어진 2390.47에 출발했다. 장 초반에는 낙폭을 2.78%까지 벌리며 2381.50을 가리키기도 했다.
코스닥 또한 2.62%(20.86포인트) 내린 775.93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770.05까지 추락했다가 782.93에 거래를 끝냈다.
환율은 13년5개월여 만에 1390원대를 뚫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보다 19.4원 급등한 1393.0원에 개장해 장중 1395.5원까지 올랐다. 다만 이날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엔화가 반등하고 중국 위안화 또한 되돌림을 나타내면서 상승폭은 20원 아래로 유지됐다.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3원 오른 1390.9원이다. 장중 고가와 종가 모두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0일(1397.0원, 1391.5원) 이후 최고치다.
미국 8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보다 8.3% 상승해 시장 예상치(8.0%)를 벗어나면서 더욱 공격적인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되자 주식과 외환시장 모두 요동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6.3%나 올라 시장 충격이 컸다.
CPI 발표 직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미국의 기준금리) 선물은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9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할 확률을 32%로 반영했다. 이전까지 1%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만큼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강도 높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벗어난 긴축 우려가 주식시장 변동성을 증폭했다"며 "글로벌 증시 폭락과 환율 상승 등은 주가 하방의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1%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며 "환율의 경우 13년여 만에 1390원을 돌파했는데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라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