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율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곧 국내에도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성격이 비슷한 상장지수펀드(ETF) 3배율 투자상품 출시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ETN보다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받는 데다가 금융당국의 개정 의지도 크지 않은 탓이다.
국내 첫 3배 레버리지 ETN 출시 허용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채권형 ETN에 한해 3배 레버리지 상품 상장을 허용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업무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규정이 개정되면 ETF와 비슷한 성격의 상품인 ETN에서 국내 최초로 3배 레버리지 상품이 나올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의 3배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수요는 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외화 주식 결제금액 상위 5개 종목중 3배 레버리지 ETF가 4개나 포함됐다.
나스닥 지수 상승률을 3배로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 ETF(TQQQ)'의 지난 3분기 결제금액이 61억2500만달러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나스닥 지수가 하락할 때 3배 상승하는 'PROSHARES ULTRAPRO SHORT QQQ ETF(SQQQ)'가 61억1300만달러어치 거래됐다.
미국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정방향, 역방향 3배 레버리지 ETF인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ETF(SOXL)'과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EAR 3X ETF(SOXS)'도 각각 42억1300만달러, 23억9000만달러씩 결제됐다.
다만 거래소는 안정성을 고려해 일단 국내에는 채권형 상품에 한해서만 3배 레버리지 상품 출시가 가능하게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채권과 주식, 원자재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채권이 다른 자산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며 "이에 3배 레버리지를 허용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행세칙이 개정되면 곧바로 3배 레버리지 채권 ETN이 출시될 예정이다. 우선 메리츠증권에서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채권형 ETN의 주요 발행사로 전체 채권형 ETN 22종목 중 20종목을 상장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연내 3배 레버리지 채권 ETN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TN은 되는데 ETF는 안되는 까닭
ETN과 달리 3배 레버리지 ETF 출시는 감감무소식이다. ETF의 경우 새로운 형태의 상품 출시를 위해 개정해야 할 규정이 ETN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ETF는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면서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는 점에서 ETN과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상품이다.
증권사가 기초지수에 맞는 수익을 제공하는 ETN은 파생결합증권에 속한다. 파생결합증권은 금융투자업 규정에서 배제돼 거래소 상장 규정을 개정하면 3배 레버리지 출시가 가능하다.
반면 ETF는 운용사가 실제 주식을 담아 운용하는 펀드다. 따라서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 제한 규제를 받아 2배 레버리지 이상의 상품이 출시되기 위해서는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위는 아직 3배 레버리지 도입을 위한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고배율 ETF 도입을 위한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3배는 고사하고 2배 레버리지 ETF 상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터라 당분간 고배율 상품 출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국은 지난 2020년에 레버리지 상품 규제를 만들기도 했다. 레버리지 ETF·ETN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사전교육을 필수 이수해야 하고, 예탁금 1000만원을 먼저 납입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21일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에 내재한 투자 위험 요소를 인지하지 않고 단기 고수익을 기대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ETN이 ETF보다 상대적으로 고배율 상품 출시가 용이한 점도 있다. ETF와 달리 ETN은 조기청산이 가능해 기초자산 가격이 급변하게 되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2020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 레버리지 ETN의 가치가 폭락한 뒤 상황 재발을 막기 위해 조기청산 요건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장 종료 시점 실시간 지표 가치가 1000원 미만이거나 장 종료 시점 지표 가치가 전일 대비 80% 하락한 경우에는 조기청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