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특별감리 과정에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금융위원회가 최근 감사원에 회신한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에 공개적으로 반박해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18년 5월1일 금감원은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삼바에 조치 사전통지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로 알렸다. 당시 내용은 금감원이 삼바의 회계 위반 사실을 발견해 제재가 확정되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안건으로 넘기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여러 절차를 거쳐 금융위는 삼바가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냈다.
그런데 감사원은 최근 이와 관련해 금융위에 당시 금감원이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게 아니냐고 질의했고, 금융위는 위반이 맞다고 답변했다.
이복현 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금감원이 삼바 특별감리 과정에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금융위의 최근 회신으로, (금감원의) 행정조치 사항이 뒤집어지는 게 아니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뒤집어지지도 않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예를 들자면 타 부처법에 유가증권법에 대한 표현이 있는데 이에 대한 해석은 금융당국에서 해야 한다"며 "마찬가지로 비밀에 대한 해석은 국정원이나 법무부 등 비밀을 다루는 부처에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 담당자 또한 의견을 낼 수 있고 그 자체로 존중하지만, 그게 법령상 권한을 갖는 유권해석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금감원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률적 해석과 판단은 법원에 맡겨야겠지만 제 경험상 이 건에 대한 행정 절차상의 문제는 (금감원이) 질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금감원이 비밀유지를 위반했다고 금융위가 판단했더라도 이 '위반'에 관한 법령 해석 권한은 금융위에만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감사원 회신 내용 또한 금융위라는 기관 하나의 의견으로 봐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원장의 이번 발언은 직전에 나온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같은 내용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도 견해를 물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이 결제한 것은 아니지만) 과장 전결사항이고 때문에 금융위의 공식입장"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금융위는 금감원 통보 당시에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증선위에서 (삼바의 분식회계) 안건을 상정할 때도 지적하지 않았다"며 "공동 보도자료까지 내놓고 감사원이 칼춤을 추니까 (금융위도) 같이 춤을 추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멘트가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게 이 원장의 입장이다. 이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년 전 일을 지금 와서 감사원이 문제 삼고 있다"며 "과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이들을 타깃으로 한 표적 감사라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원장은 이에 "피감기관으로서 그런 부분을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감사원의 지적을 금감원은 기관으로서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표적 감사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