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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투자도 비스포크, 지극히 개인적 취향도 OK"

  • 2023.03.10(금) 07:00

구태윤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부부장 인터뷰
국내 금투업계 최초 다이렉트 인덱싱 선보여
"ETF 투자자라면 '나만의 지수' 더 매력적일 것"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맞춤 생산하는 것을 의미하는 '비스포크(bespoke)'. 수년 전부터 가전업계에서 자주 쓰이기 시작해 익숙해진 이 단어가 이젠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유행할 조짐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발달과 더불어 개인화 투자가 급성장하면서다. 

지난해 핀테크 업체 두물머리가 기업 대 기업(B2B) 형태로 사업화에 나선 이후 얼마 전 NH투자증권이 국내 금융투자회사로는 처음 선보인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은 개인화 투자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비스포크 인덱싱이라고도 하는 다이렉트 인덱싱은 투자자 개개인의 현재 상황과 투자 성향, 가치관 등 각종 정보를 반영해 개인 맞춤형 지수를 만들고, 이를 구성하는 개별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투자 기법이다. 예측이 가능한 패시브(passive) 투자와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섞었다는 점에서 '세미 패시브(semi-passive)' 투자, '패시브의 탈을 쓴 액티브(active)' 투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구태윤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부부장/사진=NH투자증권 제공

다이렉트 인덱싱은 미국 금융권에선 이미 '새로운 게임 체인저(New Game Changer)'로 부각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게 사실이다.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개인투자자 대상 다이렉트 인덱싱의 국내 최초 출시를 이끈 구태윤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부부장을 만나 다이렉트 인덱싱의 기본 개념과 활용법 등을 물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다이렉트 인덱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

▲ 현재 출시된 다이렉트 인덱싱을 놓고만 본다면, 가장 잘 알려진 지수인 코스피200(코스피 대표 기업 200개를 모아놓은 주가지수)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게 이해를 돕기에 좋을 듯하다. 코스피200 중 내가 필요한 종목만 골라 지수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를 빼고 다른 종목 비중을 높인다거나 코스피200을 70%만 추종하면서 나머지는 메타버스(metaverse) 관련 종목을 넣어 지수를 만드는 식이다. 한 마디로 본인 취향에 따라 지수를 커스터마이징(주문제작)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 다이렉트 인덱싱을 출시한 계기는

▲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직접투자가 일반화하고 그에 따라 펀드에서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 트렌드가 바뀌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ETF를 뛰어넘는 게 뭘까 고민하던 차에 미국 시장을 보니 다이렉트 인덱싱이 붐을 타고 있었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애초 미국에서도 고액자산가들 위주의 시장이었으나 AI 기술과 정보처리능력의 발달에 힘입어 빠르게 대중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동학개미, 서학개미라는 말이 더는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직접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 다이렉트 인덱싱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 회사들이 서비스를 출시할 때 고객 타깃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그 방식이 달라지는 만큼 활용법 또한 제각각이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일단 국내 투자자들이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점을 고려해 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를 통해 투자성향을 선택한 뒤(다이렉트 인덱싱을 이용할 경우 투자성향은 '공격투자형') △코스닥시장 상장 대표 기업 △유가증권시장 상장 대표 기업 △한국 시장 상장 대표 기업 등 3가지 지수나 NH투자증권이 발표하는 '아이셀렉트(iSelect) 지수' 중 하나를 골라 이를 그대로 따라 만들거나 주식 비중을 변경해 지수를 구성할 수 있다.

선택한 지수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종목을 아예 빼고 다른 종목을 넣는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각종 테마는 물론 업종 간 혼합 투자도 된다. 투자자로선 클릭 몇 번으로 자신만의 지수를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는 셈이다.

지수 제공 방식에 대해선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연내로 투자자가 100%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구태윤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부부장/사진=NH투자증권 제공

- 투자자 입장에서 다이렉트 인덱싱의 장점은

▲ 무엇보다 직접투자에 가까운 패시브 투자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이렉트 인덱싱 이용자라면 본인이 구성한 포트폴리오에 대해 서비스 회사로부터 일정기간마다 리밸런싱(재조정)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자문 주기는 한 달이든 석 달이든 투자자 본인이 선택 가능하다.

또다시 코스피200를 예로 들겠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내년에 코스피200에서 어떤 종목이 편출입될지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이렉트 인덱싱을 이용하면 서비스 회사가 지속적인 리서치와 전문가 분석 등을 활용해 보내주는 자료와 조언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펀드 매니저들이 하던 역할이다.

본인이 가입한 펀드가 투자한 특정 주식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 해당 종목은 물론 관련 종목 주가가 동반 하락한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자로선 펀드 매니저들이 해당 주식들을 매도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없어 발을 동동거릴 것이다. 그러나 다이렉트 인덱싱를 통해 투자한 사람이라면 관련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매도할 수 있다. 개별 주식과 더불어 바스켓(바구니) 매매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수수료도 매력적이다. 현재 NH투자증권 다이렉트 인덱싱의 경우 자문수수료가 50베이시스포인트(bp)로 여타 펀드나 ETF 보수보다 낮다. 게다가 오는 5월 말까지 체결된 계약에 한해선 3개월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절세 효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펀드나 각종 테마 ETF에서 불가능한 개별 종목 매매를 통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2025년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이런 장점은 더 부각될 것이다.

- 다이렉트 인덱싱 투자 시 유의할 점은

▲ 무엇보다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방치해두면 안 된다. 다이렉트 인덱싱을 서비스하는 회사가 리밸런싱에 대한 자문은 해줄 수 있지만 실제 결정은 투자자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ETF 투자에 익숙한 투자자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NH투자증권 다이렉트 인덱싱만의 차별점은

▲ '원스톱' 개념으로 서비스를 자체 개발해 리더보드(전광판)라는 지수 플랫폼을 제공한다. 리더보드란 투자자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다른 투자자들과 성과를 비교·경쟁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터다. 이를 활용하면 다른 투자자들의 지수를 자신의 지수로 복제해올 수도 있다. 물론 공개 여부는 본인의 자유다.
 
앞서 NH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개발한 지수인 아이셀렉트 지수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AI와 메타버스, 우주항공 등 시장 흐름에 맞는 여러 가지 테마를 발굴해 지수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 해외 다이렉트 인덱싱 사례는 

▲ 아무래도 미국 시장이 가장 앞서 있다. 미국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이렉트 인덱싱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지수산출회사와 다이렉트 인덱싱 회사를 인수합병(M&A)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10~11건 이상의 인수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 이는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이 빠르게 성숙기에 접어든다는 반증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2020년 3500억달러 규모였던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은 2025년에 1조500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ETF 성장 사례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높다고 보고 있다.

-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의 성장 관건은

▲  지금은 국내 주식에 한해 온주(1주) 서비스만 되지만 앞으로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적은 돈으로도 지수 구성이 가능해 직접투자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다이렉트 인덱싱을 많이 이용할 것으로 본다. 현재 최소 200만~300만원(NH투자증권 기준)인 지수 투자비용은 20만~30만원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 올해 내에 소수점 거래로 지수 구성을 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해외 주식까지 거래되면 다이렉트 인덱싱 투자 수요가 더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다만 해외 주식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고려해야 할 제반 요건이 많아 아직은 서비스 예정 시점을 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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