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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위험등급' 증권, 은행사별로 달라질 수 있다?

  • 2023.06.22(목) 13:00

판매사 위험등급 산정 원칙둬...판매사 책임강화 취지  
책임 회피하려 등급 보수적산정…투자자혼란 지적도

금융당국이 판매사에 펀드 '위험등급 산정 의무'를 부여해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동일 펀드 상품임에도 증권사, 은행 등 판매사에 따라 위험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판매사들이 책임을 회피하려 등급을 보수적으로 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더욱이 이번 방안으로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이 전반적으로 오르면 투자자들이 투자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상품 폭이 줄어들어 펀드시장 성장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같은 펀드인데…판매사 따라 위험등급 달라지나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1월 '투자성 상품 위험등급 산정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금융사별로 제각각이던 위험등급 산정 기준을 통일하고, 증권사나 은행 등 판매사가 자체적으로 위험등급을 산정해 소비자에게 안내하도록 판매자 책임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운용사가 정한 펀드 위험등급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관행을 개선하고 판매사가 자체 기준을 가지고 투자상품에 대한 위험을 소비자에게 잘 설명하게 하기 위한 취지다. 

이를 위해 가이드라인에는 투자성 상품의 위험등급을 판매사가 산정하도록 하는 원칙이 담겼다. 제조사(운용사 등)가 제시한 위험등급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제조사 등급을 사용할 수 있고, 위험등급이 서로 다르면 판매사는 해당 등급의 적정성에 대해 제조사와 협의해야 한다.             

논란이 되는 점은 판매사 간 위험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부분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판매사와 상관없이 동일 상품이라면 가입시 위험 등급이 같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판매사에 판단 책임을 강화할 경우 일부 회사들이 등급을 더 보수적으로 산정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판매사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더 보수적으로 등급을 판단하는 회사들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들어 A증권사와 B은행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펀드의 위험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투자성 상품의 위험등급을 총 6단계로 구분하고 1등급을 가장 위험한 등급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위험이 낮아지도록 정했다. 만약 특정 펀드를 만든 운용사가 위험등급을 3등급으로 정하고 A증권사가 2등급, B은행이 3등급으로 위험등급을 정했다면 투자성향 3등급이 나온 고객은 B은행에서는 상품에 가입할 수 있지만, A증권사에서는 가입할 수 없게 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상 투자자의 성향보다 높은 등급의 펀드는 판매사가 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찾아가는 판매사에 따라 상품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등급을 낮게 산정한 판매사는 불완전판매 의심 지적이 뒤따를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상품인데 위험등급이 더 낮으면 투자자들은 판매 유치를 위해 일부러 등급을 낮춰 파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자칫 불완전판매를 양산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시장 축소? 새 등급체계 내년 시행 가닥  

전반적인 등급 상향에 따른 펀드 시장 축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된 위험등급 산정 기준을 갖추지 못한 중소 판매사들이 책임 회피를 위해 등급을 올리면, 다른 곳들도 불완전판매 의심 등을 피하려 등급을 올려 맞추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 폭이 줄어 가뜩이나 축소되고 있는 공모펀드 시장이 더 쪼그라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펀드, 해외채권 같이 외국통화로 투자하는 상품은 위험등급을 무조건 1등급 높여야 하고, 환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면 2등급을 높여야 한다"면서 "가이드라인에 맞추면 대부분 상품이 초고위험으로 몰려 상품 변별성이 낮아지게 되고 투자가가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할 수 없는 상품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불완전판매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판매사의 책임이 기존보다 강화되는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등급을 매길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공모펀드는 투자자보호 규제가 강해 사고 날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제조사와 판매사 간 등급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선임연구원은 "다만 여러 건의 사고가 있었던 사모펀드는 등급을 더 깐깐하게 볼 수 있고, 기존보다 더 보수적인 등급을 부여할 수 있다"며 "다수 일반투자가 아닌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영향이 아주 클 것으로 보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업계에서 일부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상품을 최종 판매하는 곳에서 자체적으로 상품의 위험등급을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앞으로는 급격한 시장변동 위험 등도 위험등급에 즉시 반영해 상품을 판매해야 하고 문제시 판매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더 세부적인 사항은 금융투자협회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반영된다. 이를 토대로 제조사와 판매사들은 오는 10월 이후 신규 판매 상품부터 바뀐 투자 위험등급을 적용해야 했다. 다만 다수 상품의 투자설명서 개정, 시스템 반영 등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시행 시기를 조금 늦출 전망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회원사들이 위험등급 변경과 관련해 상품, 시스템, 홈페이지 등에 전부 반영하는데 10월 적용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모였다"면서 "이를 당국에 전달해 실제 시행시기는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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