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증시 운명을 가를 핵심 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으로 꼽힌다. 증권사들은 각자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 등에 따라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연준의 '피봇(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늦어지면서 상반기에도 반등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통화정책과 미국 대선 이벤트에 관한 불확실성이 수그러든 하반기를 회복 시점으로 꼽았다.
반면, 일부는 상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반도체 등 주요 업종의 실적 상승 기대감으로 증시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 "내년 코스피 2230~2750사이에서 움직일 것"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키움·대신증권 등 9개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 지수가 평균 2230~275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3000포인트 돌파를 예상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상단을 가장 높게 잡은 증권사는 키움증권으로 2900을 제시했다.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곳은 한국투자증권으로 상단을 2650으로 추정했다.
하단을 가장 높게 잡은 곳은 대신증권으로 2350을 예상했다. 가장 낮은 하단을 제시한 곳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으로 2200을 제시했다.
증권사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내년 증시의 핵심 변수는 단연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히자, 시장에서는 '긴축 종료'로 받아들여 증시가 급등했다. 이후 연준 위원들이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진화에 나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과 금리 인하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상반기 부진, 대선 이후 개선 전망"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가 상반기 둔화 흐름을 보이다가 하반기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금리인하는 기정사실화됐으나,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시장을 억누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중에는 주요 경제지표 둔화, 인플레 추세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증시는 한차례 변동성 확대 국면을 겪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중반부터는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논란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3월 FOMC에서 금리동결 입장을 유지할 경우 미국 경기불안에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가세해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를 고점으로 꼽았다. 2분기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줄고, 미국 대선 테마를 중심으로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병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배분 관점에서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적 메리트는 낮겠지만 주식 모멘텀 플레이는 가능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의 모멘텀은 미국 민간 투자와 미국 대선. 주식 투자전략은 미국 기업이 투자하는 곳에 있다"고 밝혔다."금리인하 본격화·반도체 사이클 정상화로 상반기 반등할 것"
일부는 상반기 상승 후 하반기 하락을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각국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부양 중심의 재정정책으로 상반기 훈풍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하반기에는 미 대선 변수로 지수상단이 제한될 것으로 판단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상반기에는 재고 순환 사이클 회복과 반도체 경기 개선 기대감에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주거비와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3월 저점으로 주택가격이 바닥을 통과하고 고정금리에 따른 기존주택 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주택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연준이 금리 인하 전환을 망설일 가능성이 리스크로 남아있다"고 짚었다.
다른 시나리오를 제시한 곳도 있었다. 삼성증권과 하나증권은 'N자형' 흐름을 예상했다. 상반기 고금리 장기화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상승장을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2~3분기 중 금리인하 이후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의 경우 내년 증시흐름을 '연초 짧은 둔화'→'연중 랠리'→'연말 둔화' 등 세 단계로 나눴다. 연초에는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경기를 압박할 것으로 봤다. 이후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을 때 증시가 다시 회복 곡선을 그릴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연말에는 다시 인플레이션 압박이 재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한번 더 경기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는 낮은 밸류에이션 매력과 결합해 증시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연준의 후행적인 통화정책이 재정확대, 흥청망청 심리, 공급망 재편 등과 결합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