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을 주도한 건 100~500억원 규모의 중소형사들이었다. 다수의 중소형사가 주식시장에 입성하면서 지난해 IPO건수는 2022년보다 늘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2022년 상장)처럼 초대형IPO는 없었기 때문에 IPO공모금액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해 IPO를 하는 기업들의 공모가가 희망공모가격의 가장 높은 가격 이상으로 결정되는 비율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장 후에도 높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상장당일 가격변동폭을 확대하면서 공모주의 가격변동성은 더욱 심해졌다. 금융감독원은 공모주의 높은 가격 변동 위험을 고려해 신중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중소형 IPO 75.6%…초대형 IPO는 전무
금융감독원이 27일 발표한 '2023년 IPO 시장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금리인상 및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 등 기업 활동에 불안을 끼치는 요인들이 있었지만 IPO를 진행한 기업은 82개사로 재작년(79개사) 대비 17.1% 증가했다.
지난해 IPO공모금액은 3조3000억원으로 재작년 15조6000억원 대비 78.8% 감소했다.
다만 이는 2022년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공모금액 12조7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IPO였다는 변수 때문이다. 몸집이 워낙 컸던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지난해 IPO공모금액은 재작년보다 16% 늘었다.
지난해는 유독 중소형 기업들의 IPO 늘어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코스닥을 중심으로 100억원에서 500억원 사이의 중소형 IPO는 전체 IPO건수에서 75.6%를 차지했다. 1000억원에서 1조원 사이의 대형 IPO는 4개사(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 DS단석, 파두)였고 1조원 이상의 초대형 IPO는 1건도 없었다.10곳 중 7곳 공모가 '상단 또는 상단초과'
지난해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공모가격 확정이 희망공모가격의 상단을 초과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점이다.
IPO 기업들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 때 기관투자자들은 IPO기업이 제시한 희망공모가 범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가격을 원하는 지 의사표시를 한다. IPO기업과 주관사는 이러한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확정한다.
수요예측 때 희망공모가 상단을 초과하는 의사표시를 한 기관투자자 비중은 2022년 60.6%에서 2023년 70%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공모가를 상단 또는 상단초과로 확정한 비중도 2022년 54.2%에서 2023년 74.4%로 증가했다.
과거에는 희망공모가 상단 확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상단을 넘어서는 상단초과 확정(47.6%)이 상단 확정(26.8%)을 추월한 것도 특징이다. 그만큼 더 비싼 가격에도 공모주를 확보하겠다는 기관투자자 수요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공모가 비싸졌지만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더 높아져
지난해 일반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2022년 대비 20.7% 증가했다. 재작년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775:1이었지만 지난해는 934:1을 기록했다.
지난해 공모주 투자를 위해 일반투자자들이 납입한 청약증거금은 총 295조원(평균 3조6000억원)으로 2022년(LG에너지솔루션 제외) 총 청약증거금 207조원(평균 3조원)과 비교해 42.5% 늘어났다.
공모가 대비 상장일 시초가 및 종가 수익률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2년 시초가 및 종가수익률은 각각 30%, 28%였지만 지난해 시초가 및 종가 수익률은 각각 82%, 72%였다.
특히 IPO시장 호황으로 지난해 12월 상장사 수익률이 큰 폭으로 늘었고 12월 IPO를 진행한 총 6건의 시초가 및 상장일 종가 수익률은 200% 초과해 연 평균 수익률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2월 이후 일명 '따따상(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기록한 IPO 5건 중 2건은 현재(2월 21일 기준)까지 상장일 주가(종가 기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3건은 상장 후 주가하락으로 상장일 대비 손실률이 49.7%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은 공모주의 높은 가격 변동 위험을 고려해 신중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수요예측 참여기관수 및 의무보유확약 늘어
한편 지난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수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수는 976개사에서 지난해 1507개사로 54.4% 늘었다. 참여기관수가 늘면서 수요예측 경쟁률도 2022년 836:1에서 2024년 925:1로 10.6% 상승했다. 기관투자자 중에선 운용사(펀드)가 가장 많이 늘어났다.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도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시행한 의무보유확약 물량 우선배정 제도 도입 등의 영향으로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26.4로 재작년 22.7% 대비 3.7%포인트 증가했다.
공모주 배정은 운용사(펀드)가 56.8%를 받았고 이어 외국인 11.1%, 기타(투자일임업자 등)가 20.6%, 연기금‧은행 등이 7.8%를 배정받았다. 금감원은 운용사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다른 기관투자자에 비해 높았기 때문에 공모주 배정물량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