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주요 증권사들은 좋은 실적을 냈다.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기업금융(IB) 수수료 등 본업이 선전했다. 회사의 사업 규모를 보여주는 매출액(영업수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메리츠증권이 18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한국투자증권이 11조1195억원, 미래에셋증권이 11조36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거래를 주로 하는 증권사는 매출액보단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실적 평가의 가늠자다. 가령 삼성전자 주식 1억원어치를 갖고 있어도 100만원어치 갖고 있는 곳보다 수익률이 낮다면 몸집만 클 뿐 실속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증권사의 금융거래 규모가 커서 매출액이 많이 잡히더라도 수익률이 낮다면 말은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메리츠는 매출액 1위였지만 영업이익은 6위다.
영업이익을 가장 잘 낸 곳은 한투였다. 이어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이 뒤를 이었다. 다만 전통적으로 증권사 실적의 양강구도는 한투와 미래다. 두 회사는 증권사의 규모를 가늠하는 자기자본 역시 나란히 1·2위를 다투고 있다.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은 미래에셋 9조5303억원, 한투 8조5515억원이다. 두 회사 모두 초대형 투자은행(IB)이며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기면 도전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사업자 자격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실적을 보면 두 회사의 이익 규모가 확실히 나뉘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두 회사 모두 11조원을 넘겼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한투가 미래보다 3000억원 가까이 더 많았다. 별도재무제표 차이는 더 벌어진다. 증권사 재무제표가 담고 있는 특성을 통해 이유는 따져봤다. 매출 나란히 11조원…순이익은 2배 차이
상반기 연결기준 한투의 매출액은 11조1195억원이다. 미래에셋은 11조37억원을 기록했다. 한투가 미래보다 1158억원 더 벌긴 했지만 두 회사의 상반기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에서는 차이가 벌어진다. 상반기 한투의 영업이익은 7752억원이지만 미래는 5438억원으로 두 회사의 영업이익 차이는 2314억원이다.
순이익 차이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 한투의 순이익은 7109억원, 미래는 3717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차이는 3392억원으로 한투가 미래보다 약 2배 더 많은 이익을 남겼다.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입원인 수수료수익과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에서 나온 이자수익만 보면 미래(3조3897억원)가 한투(1조9893억원)보다 더 벌었다. 배당금수익을 포함한 기타영업수익도 미래(4580억원)가 한투(1558억원)보다 더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회사가 보유한 주식 등 금융자산에 대한 평가 및 처분이익은 한투(6조4145억원)가 미래(6조2241억원)를 소폭 앞섰다. 환율에 따른 이익과 손실 여부를 알 수 있는 외환거래이익 역시 한투(2조4984억원)가 미래(9175억원)을 크게 앞섰다.
아울러 증권사가 고객에게 빌려준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미리 신용손실충당금으로 쌓아 놓은 돈도 한투(615억원)가 미래(143억원)보다 더 많이 돌려받았다. 이 금액은 손익계산서 상 신용손실충당금 환입액으로 표기한다. 결과적으로 연결기준 한투와 미래의 매출액은 1158억원의 차이가 벌어졌다.영업비용 미래에셋이 1000억원 더 들어
영업활동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미래에셋이 한투보다 약 1000억원 더 많이 썼다. 영업비용에는 수수료 비용, 이자비용, 외환거래손실, 판매·관리비 등이 들어가는데 상반기 한투는 영업비용으로 10조3443억원, 미래는 10조4599억원을 각각 반영했다.
수수료비용, 이자비용,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신용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쌓아 놓은 돈) 등의 계정에서 미래가 더 많은 비용을 반영했다. 특히 한투가 9448억원의 이자비용을 지출할 때 미래는 2조5301억원으로 2.7배 더 많은 비용이 나갔다.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비와 관리비 역시 한투는 5530억원, 미래는 8331억원을 썼다. 다만 금융자산 관련 평가·처분손실은 한투(6조394억원)가 미래(5조7549억원)보다 더 많은 손실을 봤다.
결과적으로 매출액과 영업비용에서 약 2000억원 넘게 차이가 벌어지면서 한투는 7752억원, 미래는 54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외비용도 2배 차이
한투와 미래에셋의 연결기준 순이익이 약 2배 차이가 나게 된 건 영업외비용에서도 차이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에서 순이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영업외수익, 영업외비용, 법인세비용 등을 반영한다. 회사가 직접 가지고 있는 부동산 등 유형자산이나 직접 투자하는 자산 등에서 이익이 발생하면 영업외수익으로 처리한다. 반면 손실이 나면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한다. 연결 재무제표에서는 종속회사와 관계기업의 유형자산, 투자자산의 손익도 반영한다.
상반기 한투는 영업외수익으로 2064억원, 미래는 479억원을 얻었다. 영업외수익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벌어진 상황에서 한투는 403억원의 영업외비용을 기록했다. 반면 미래는 826억원으로 2배 더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 한투가 이익은 더 많이 얻고 손실은 미래가 더 본 것이다.
법인세비용은 한투가 2304억원으로 미래(1373억원)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했지만 결과적으로 영업외수익과 영업외비용에서 미래보다 좋은 결과를 얻으면서 두 회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7109억원, 3617억원으로 약 2배 벌어졌다.별도 기준 순이익 격차는 4000억원
계열사 등을 제외한 별도재무제표로 비교하면 두 회사의 실적 차이는 더 커진다.
우선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한투가 10조8341억원을 올린 반면 미래에셋은 8조4766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매출액 차이는 2조3576억원에 달한다.
위탁매매 등 수수료수익은 두 회사가 비슷했다. 한투는 5842억원, 미래는 5888억원을 기록해 미래가 수수료수익을 조금 더 거둬들였다. 금융자산 등에서 나오는 이자수익 역시 유사하다. 한투는 1조1136억원, 미래는 1조400억원을 기록했다.
보유한 주식 등 금융자산에 대한 평가 및 처분이익은 한투가 6조1483억원, 미래는 5조7846억원을 기록하면서 3458억원 차이가 났다. 이어 외환거래이익에서 한투는 2조4285억원, 미래는 8016억원을 기록하면서 1조6268억원의 격차가 벌어졌다.
신용거래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대비하기 위해 쌓아 놓은 신용손실충당금 환입액도 한투는 903억원을 돌려받았지만 미래는 130억원에 불과했다.
연결기준과 다르게 영업비용은 한투가 9조9065억원, 미래가 7조9623억원으로 한투가 더 많은 비용을 반영했다. 하지만 이미 매출액에서 1조원 넘게 차이가 벌어지면서 두 회사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한투가 9277억원, 미래가 5142억원으로 약 2000억원 차이가 난 것이다.
영업외손익까지 반영한 순이익은 한투가 7762억원, 미래가 3444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가 한투보다 영업외비용을 더 반영하면서 두 회사의 별도 기준 순이익 격차는 4318억원으로 커졌다. 미래의 영업외비용이 크게 잡힌 건 자기자본 투자(Principal Investment) 등에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현재 홍콩, 영국,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자기자본 투자를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직접 투자를 한 금액에서 손실이 일어난 것"이라며 "해외 등 대체투자한 것들에서 손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