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저평가 현상(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중 하나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이번 달 공개된다.
지수에는 자율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발표한 밸류업 참여기업보다 미참여 기업의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밸류업프로그램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한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공시했더라도 투자지표가 부족하다면 지수에 편입하지 않겠다고 한국거래소가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9월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최종적으로 개발해 발표할 예정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 2월 거래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기업가치가 우수하거나 기업가치 개선에 노력하는 곳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겠다고 설명한 지수다.
거래소는 해당 지수가 나오면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 출시에 활용하고,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설명처럼 자산운용사가 ETF를 출시하고, 기관투자자가 투자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하면 밸류업 지수에 편입한 종목은 대규모 투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환원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사실상의 인센티브이기도 하다.
다만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밸류업 참여기업보다 미참여 기업의 비중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기업이 현저히 부족하다. 현재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코스닥)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DB하이텍 △미래에셋증권 △현대차 9곳이다.
예고공시를 올린 기업을 봐도 △KB금융 △HK이노엔(코) △콜마비앤에이치(코) △BNK금융지주 △카카오뱅크 △KT&G △컴투스(코) △하나금융지주 △LG전자 △지역난방공사 △JB금융지주 △포스코인터내셔널 △DGB금융지주 △POSCO홀딩스 △포스코퓨처엠 △LG 16곳에 불과하다.
25개 종목은 지수를 구성하기에는 부족한 숫자다.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주가지수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소수보다는 다수 종목으로 지수를 구성한다. 일본 밸류업 지수인 JPX 프라임 150지수도 150개 종목으로 구성됐다. 실제 한국거래소도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은 100개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50개 종목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현재까지 밸류업 참여기업의 비중은 6%, 참여 예정까지 포함해도 17%로 상당히 낮다.
더군다나 25개 기업을 모두 밸류업 지수에 포함할 지도 미지수다. 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밸류업 프로그램은 별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지수가 아니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기업가치가 훌륭한 종목을 엄선하는 것"이라며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했다는 이유만으로 밸류업 지수에 다 편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밸류업 프로그램 세미나에서도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기업으로만 구성하겠다고 발표하진 않았다. 지수에 포함할 종목을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요 투자지표가 우수한 기업과 계량·비계량 항목에 대한 종합평가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을 편입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거래소의 설명대로라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어도, 지표가 부족하다면 밸류업 지수에 들어갈 수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책 목적도 정책 목적이지만 지수를 활용하는 차원에서 생각하면 수익률이 나올 수 있게끔 종목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상징성과 자금유입 등 인센티브적인 성격을 고려하면 밸류업 참여기업의 우선순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주가 상승이 이뤄지는 것을 뜻하는 것 아니냐"며 "밸류업 계획도 없이 단순히 지표만 높은 기업들보다는 밸류업 취지에 맞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지수에 포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