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가 지난해 일제히 출시한 '디딤펀드'가 환율 전략에 따라 수익률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환율이 치솟으면서 환 위험에 노출한 상품의 성과가 돋보인 것이다.
21일 FN가이드에 따르면 흥국자산운용의 '흥국디딤연금플러스펀드(이하 흥국디딤펀드)'의 3개월 수익률(지난 17일 기준)이 6.01%로 집계되면서 25개 자산운용사의 디딤펀드(1사당 1개)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디딤펀드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로 협회가 25개 자산운용사와 협업해 만든 브랜드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실적배당형 상품 위주의 퇴직연금 시장에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장기 연금투자에 적합한 밸런스펀드(BF·Balanced Fund) 유형을 지향한다.
최근 디딤펀드의 수익률이 환율 전략에 따라 갈리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비상계엄과 탄핵사태 등 국내 정치 불안을 거치며 환율이 급속도로 오르면서다. 지난해 10월 2일 1324.50이었던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1400원을 넘어섰으며, 계엄과 탄핵사태를 지나 작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는 1477.00원을 기록했다.
환율 전략에는 '환노출'과 '환헤지'가 있다. 환노출은 환율 변동성에 따른 위험에 노출한다는 의미이며 환헤지는 환율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보통 외국 주식이나 자산에 투자할 때 환율이 상승하면 주가가 일정하더라도 원화로 평가한 금액은 증가한다. 가령 미국에 상장한 주식 A가 100달러일 때, 환율이 1200원이라면 원화 평가액은 12만원이지만 환율이 1400원이라면 원화 평가액은 14만원인 셈이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평가 금액은 감소한다.
환노출 전략을 사용하면 환율이 상승할 때 이익을 볼 수 있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손실에 노출된다. 반면 환헤지 전략을 사용하면 환율이 상승할 때 이익을 볼 순 없지만, 갑작스러운 환율 하락에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3개월 수익률 1위인 흥국디딤펀드는 원칙적으로 외환 위험에 노출하는 '환노출' 전략을 사용하는 가운데, 시장 상황에 따라 환헤지 전략도 구사한다. 환율이 높아 외환 위험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일정부분 환헤지를 시행하는 것이다.
흥국자산운용은 최근 환율 상승세가 높다고 판단, 흥국 디딤펀드에 대해 일정 부분 환헤지를 시행했다. 흥국자산운용 관계자는 "환 위험에 노출하는 가운데 최근 일정 부분 환헤지를 시행했다"며 "최근 환율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면서 환율 헤지를 시행한 자사 상품의 수익률이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2위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디딤CPI+(한투 디딤펀드·수익률 5.91%)'다. '삼성디딤밀당다람쥐 글로벌EMP(삼성 디딤펀드)'가 5.38%로 뒤를 이었다. 한투 디딤펀드와 삼성 디딤펀드 역시 외환 위험에 노출하는 상품이다.
반면 3개 수익률 하위 1위 상품은 'IBK디딤인컴바닐라EMP증권자투자신탁(IBK 디딤펀드)'다. 3개월 수익률이 -4.55%다. 이 상품은 환율변동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외화표시 자산의 순자산가치(NAV)의 80%까지 환헤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다음 '키움디딤더높이EMP(키움 디딤펀드)' 수익률이 -0.75%, '트러스톤디딤백년50EMP(트러스톤 디딤펀드)'수익률이 0.11%로 뒤를 이었다. 키움 디딤펀드는 외화자산 NAV의 70 이상, 트러스톤은 60% 이상 수준으로 환헤지를 시행한다.
다시 말해 환헤지 수준에 따라서 수익률이 갈린 것이다. 다만 현재 환노출 전략을 기본으로 활용하는 상품은 환율 하락기에는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환율이 낮아지면 원화 평가액이 감소하면서 수익률도 낮게 집계되기 때문이다.
한편, 'HDC디딤모아주고막아주는(HDC 디딤펀드·3개월 수익률 0.70%)'는 환 전략을 설정하지 않았다. HDC디딤펀드 관계자는 "당사의 디딤펀드는 국내 채권과 국내 자산 등에만 투자한다"며 "외국 자산에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환 전략은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