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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 5개월째 자사주 쥐고 있는 고려아연, 사업보고서에 어떤내용 담을까

  • 2025.03.11(화) 11:32

3월말 사업보고서에 자사주 처리계획 상세히 밝혀야
자사주 12% 보유한 고려아연도 처리계획 공개 의무
'취득시 소각→향후 처분'…계획 바뀌면 정정요구 가능
고려아연 "예정대로 소각할 거지만 당장은 계획 없어"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이하 자사주) 처리 방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풍‧MBK는 오는 3월말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정확한 자사주 소각 시점은 밝히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10월 자사주 공개매수 완료 이후 5개월째 이를 소각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장사의 자사주 처리계획을 기존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도 오는 3월 31일까지 제출하는 사업보고서에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총발행주식의 12.24%)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세히 적어내야 한다. 

고려아연은 작년 10월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해당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제출할 사업보고서에도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내용을 적어내야 한다. 만약 취득 시점에 밝힌 자사주 처리계획과 다른 내용을 적어낸다면 금융당국은 왜 처리 계획이 바뀌었는지를 담도록 사업보고서 정정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전체 상장사보다 많이 취득한 자사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11일 고려아연은 총 발행주식수의 12.24%인 253만3402주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 10월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 204만30주(9.85%)를 포함한 물량이다. 

자사주 취득 금액(1조8156억원)만 보면 지난해 코스닥 전체 상장사들이 취득한 자사주 취득 금액(1조1471억원)보다 고려아연 홀로 취득한 자사주 금액이 훨씬 많다. 그만큼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가 지출한 돈이 상당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고금리의 사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는 이때 빌린 차입금 상환을 위해 현재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계획한 상태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큰 규모의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빚내서 샀지만, 소각해야 하는 고려아연

빚을 내 자사주를 사들이고 이를 다시 빚으로 메우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지만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반드시 소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자사주 공개매수 당시 고려아연이 해당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주주들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공개매수가 끝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고려아연은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때 고려아연이 해당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말 고려아연은 고용노동부 허가를 받아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는데, 자사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면 의결권이 부활하면서 최윤범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실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한 자사주 활용방법을 고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배임 등의 논란이 있어 현재는 해당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영풍‧MBK는 자사주 대차거래(제3자에게 자사주 처분하면 의결권 부활)를 통해 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사업보고서에 자사주 처리계획 밝혀야

자사주 처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오는 3월 31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사업보고서에 구체적인 자사주 처리계획을 밝혀야 한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사주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으로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이 늘어난 만큼 취득한 자사주가 주주환원 목적으로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자사주 보유 현황 및 향후 처리계획 등을 기존보다 자세히 적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은 3월까지 제출하는 2024년 사업보고서에 현재 보유한 자사주의 처리계획을 '자기주식 보고서'란 첨부파일을 통해 구체적으로 적어내야 한다. 자기주식 보고서 작성 대상은 총발행주식수의 5% 이상 자사주를 가지고 있는 경우인데 고려아연이 해당한다.

지난해 3월 고려아연이 제출한 2023년 사업보고서. 투자자는 올해 사업보고서부터는 상단 오른쪽 '첨부'란에서 자기주식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고려아연은 총 발행주식수의 12%가 넘는 자사주를 보유 중이어서 이번에 제출할 사업보고서에 반드시 자기주식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자기주식 보고서는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하며, 보고서 내에는 △자사주 보유목적 △취득 및 처분‧소각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달 2024년 사업보고서 중점 점검사항으로 자사주 보유현황 및 처리계획을 지목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소각한다 해놓고 처분?…정정요구 받을 수도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당시 취득한 자사주 204만30주(9.85%)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고려아연이 이번에 제출하는 사업보고서에 자사주 처리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어내지 않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처분하는 등 자사주 처리계획을 기존과 달리 변경한다면 금감원의 정정요구를 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은 자사주 처리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 투자자에게 정보전달을 하려는 목적"이라며 "만약 최초 취득할 때와 달리 자사주 처리계획이 회사 사정이나 환경 등에 의해 바뀌었다면 그 이유를 적어내라고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기주식 보고서' 작성 지침. 고려아연은 해당 기준에 따라 자기주식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 결의를 하고 이후 사업보고서에 해당 보고서를 첨부, 투자자에게 공개해야 한다./사진=금융감독원

다만 소각이라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소각할 자사주 규모와 구체적인 시점까지 담아야 하는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자기주식 보고서 서식이 처음이고 금감원에서도 처음 점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어떤 수준으로 기재해야 하는 지는 일단 사업보고서가 다 들어온 뒤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사주의 소각 일정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논의 중"이라며 "사업보고서에 자기주식 보고서를 첨부해야 하는 만큼 정기주총을 앞두고 열릴 이사회에서 자사주 처리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아연의 3월 정기주총은 오는 28일 또는 31일로 예상된다. 정기주총 의안을 확정할 이사회는 이번주 말 또는 다음 주 초중에 열릴 예정이다. 이번 정기주총에는 지난 1월 임시주총에 올라왔던 고려아연 및 영풍‧MBK 측의 이사 선임 안건과 이사수 상한 등 정관변경 안건을 다시 다룰 것으로 보인다. 또 앞서 고려아연이 진행하겠다고 밝힌 액면분할 안건도 이번 정기주총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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