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인 정기주주총회 일정이 확정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 측이 막판까지 치열한 '표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상호출자제한 의결권 제한을 두고 양측이 충돌을 반복하면서 주주총회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8명vs12명vs17명
고려아연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공시했다.
이날 안건으로는 재무제표 승인, 배당 관련 안건 외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 간에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이사회 개편 관련 안건도 상정됐다.
이들은 통상적인 안건의 가부 여부를 논의한 후 다른 정기주총과 달리 복잡한 절차를 통해 표대결을 시작할 예정이다. 먼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올렸던 이사회 내 이사의 수 상한을 19명으로 두는 정관 변경안건을 상정,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이를 전제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영풍 측이 추천한 이사회 인사 후보들 중 8명의 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최윤범 회장 측은 5명을 후보로 올렸고 MBK-영풍 측은 17명의 후보를 올렸다. 집중투표제에 따라 전체 후보 중 표를 많이 받는 후보들을 뽑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고려아연의 현재 이사회가 11명이고 이번 정기주주총회 직전 5명의 임기가 종료되는 것을 고려하면 19명을 맞추기 위해 13명을 더 뽑아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임시 주총서 선임된 7명의 사외이사 중 사임하지 않은 4명의 사외이사는 업무 효력이 정지됐을 뿐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아니며, 상법상 3% 룰에 따라 임명 여부를 가를 수 있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자리도 있어 8명만 선임하면 된다.
이사회 수를 19명으로 상한하는 정관 변경이 불발될 경우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12명을 추가로 뽑을지, 17명을 추가로 뽑을지를 두고 다시 표대결을 벌인다. 두 사안 모두에 대해 최윤범 회장 측은 8명의 인사를, MBK-영풍 측은 17명의 인사를 각각 후보로 올렸다.
막판 표심잡기 나선 최윤범vsMBK-영풍
특히 이번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선임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시행되기 때문에 소액주주 표심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각 후보마다 선임 여부를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한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 측도 이를 인지하면서 소액주주 표심 모으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날 최윤범 회장 측은 의결권대리행사 권유 공시를 통해 "MBK-영풍은 당사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일념 하에 이사 17명 선임을 제안했으나, 해당 안건 가결 시 이사회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해져 책임있는 의사결정이 곤란해지고, 전문성 없는 MBK-영풍이 이사회를 장악해 당사 기업가치가 심히 훼손될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MBK-영풍 측도 영풍 명의로 같은 공시를 내고 "최윤범 회장은 본인의 경영권 고착화를 위해 회사의 귀중한 자산을 지속적으로 유용해왔다"며 "최윤범 회장의 전횡이 멈추지 않는 한, 최 회장과 고려아연, 그리고 나머지 모든 주주들 간 이해상충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결권 제한 '또 변수' 될까
지난 임시주주총회 당시 판도를 바꾼 상호출자제한과 관련된 사안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고려아연 측은 지난 1월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의 지분 10.33%를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기며 상호출자제한을 통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한 바 있다.
상법 상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총수 10% 초과 주식을 보유 시 회사 주식의 의결권이 사라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선메탈코퍼레이션(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이후 MBK-영풍 측이 법원에 해당 사안에 다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법원은 SMC가 호주법상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인 만큼 상호주 규정을 적용할 수 없으며 고려아연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고 봤다.
이날 고려아연은 SMC가 아닌 SMC 모회사 SMH에 지분을 넘겨 영풍 측의 의결권 제한에 나섰다. SMH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상호주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MBK-영풍 측도 이를 봉쇄하기 위해 유한회사 YPC를 설립, 영풍이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526만2450주를 현물출자했다. 따라서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의결권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양 측은 상대방의 절차를 두고 서로 법적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회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주주총회의 향방이 갈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