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성장펀드가 해상풍력·이차전지·AI(인공지능)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디스플레이·무인기·소버린AI까지 투자 영역을 확장한다. 직접투자 15조원·간접투자 35조원·저리대출을 축으로 한 50조원 규모의 첨단산업 생태계 지원방안도 구체화했다. 선도기업 지원에 머물지 않고 공급망에 속한 중소·중견기업과 지방 산업거점까지 자금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2차 메가프로젝트 가동
금융위원회는 14일 '국민성장펀드 제2차 전략위원회'를 열고 2차 메가프로젝트와 첨단산업 생태계 지원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 운용방안에 대한 자문기구로 전문가들이 주기적으로 국민성장펀드의 운용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그 성과를 점검하는 전략기구 역할을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는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응해 신속하게 자금을 집행하고 있지만 첨단산업 현장에서는 미래를 위한 추가적인 투자수요가 상당하다"며 "오늘 제2차 메가프로젝트와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하게 된 것도 현장의 긴박한 자금수요에 한발 앞서 대응해 산업현장의 골든 타임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차 메가프로젝트는 바이오·디스플레이·모빌리티·소버린AI·에너지인프라·새만금 분야로 지원 대상을 넓혔다. 지난 12월 발표한 1차 메가프로젝트 중 신안우이 해상풍력(3조4000억원), 평택 AI 반도체 생산기지(2조5000억원) 등 조기 지원이 가능한 딜의 의결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만큼 후속 투자처를 추가로 발굴한 것이다.
바이오·백신 분야에서는 글로벌 임상 3상 단계 기업에 직접투자와 대출을 병행한다. 임상 2상까지 버텨도 자금 부족으로 기술이 해외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상업화 직전 마지막 관문에서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초격차 확보를 목표로 대규모 설비 투자 자금을 저리대출로 지원한다.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나서기 어려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금융이 뒷받침해 프리미엄 OLED 시장에서의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모빌리티·방산은 무인기 R&D(연구개발) 센터 및 생산·정비공장 구축을 지원한다. 무인기 산업이 소재·부품·엔진·배터리·반도체·응용서비스로 이어지는 전후방 생태계를 끌어올린다는 논리다.
AI 분야는 1차 메가프로젝트의 'K-엔비디아'를 확장한 형태다. 1차가 AI 반도체 NPU(신경망처리장치)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소버린 AI(인공지능 주권)' 확보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사업으로 범위를 넓혔다. 반도체에서 데이터센터, 파운데이션 모델, 응용서비스 개발까지 AI 밸류체인 전반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인프라 트랙에서는 지방 소재 태양광·육상풍력 발전사업에 참여해 인근 AI 데이터센터에 청정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를 짠다. 새만금 첨단벨트는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지난 2월 현대자동차그룹은 로봇·AI·수소에너지 거점 구축을 위해 전북 새만금 지역에 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차 메가프로젝트의 지원 규모는 1차(11조원)와 유사한 10조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강성호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총괄과장은 "1차 메가프로젝트는 누가 봐도 대한민국 성장산업이라는 것을 골랐다면, 2차는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에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절반 이상의 사업이 지방 소재로 바이오 3~4곳, 디스플레이 2곳, 재생에너지 2곳, 무인항공기 1곳 이상이 포함될 예정이다. 새만금 첨단벨트는 아직 투자 규모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르면 5월 또는 늦어도 6월 내 이뤄질 전망이다.'투자 공백' 메우는 50조 운용안 마련
이날 금융위는 5년간 5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 첨단산업 생태계 지원 강화방안도 구체화했다. 직접투자 15조원은 전략적 투자자금으로 대규모 시설·양산자금을 공급하고, 간접투자 35조원은 VC(벤처캐피탈)·PE(사모펀드) 운용사의 선구안을 적극 활용해 민관합동펀드 방식으로 집행한다. 저리대출은 대기업-중소·중견기업 간 상생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활용한다.
먼저 민관합동펀드는 자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 초기 개발비용 지원에 머물렀던 기존 스케일업 펀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백억원 이상의 대규모 성장자금을 투입하고, 회수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코스닥 상장 초기 기업에 1500억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재투자로 이어질 회수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코스닥 상장 초기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1500억원 규모 펀드와 M&A(인수합병)를 통한 중견기업의 사업재편 펀드도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지방기업에 60% 이상 의무 투자하는 지역전용펀드는 매년 2000억원 이상 조성한다. 지방 첨단전략산업 생태계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지역기업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고 지역기업 성장전략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지역 소재 운용사에는 가점도 준다.
특히 금융위는 이를 주도하는 운용사 선정 방식에 공을 들였다. 기존의 보수적 선정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과 네트워크를 가진 운용사에 기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잘 벌어온 운용사보다 피투자기업의 가치 상승을 이끌고 후속 성장자금을 투입한 경험이 있는 운용사를 우대하기로 했다.
정책자금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신생 운용사를 위한 750억원 규모의 '도전리그'도 신설한다.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 관련 운용역의 창업 경험과 실패 경험도 심사에 반영해 실패가 국가적 자산이 되는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성호 국민성장펀드총괄과장은 "과거에는 돈을 잘 벌어오는 운용사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면 앞으로는 기업의 근본적인 가치 상승을 이끌 수 있는 운용사를 우대하겠다는 것"이라며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활로를 개척하고 기업 개선을 이끈 경험이 있는지, 후속 투자와 성장자금 공급을 통해 기업을 얼마나 키워냈는지, 선구안으로 투자 대상을 얼마나 발굴했는지를 평가 요소로 보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4월부터 7월까지 기관투자자용 펀드 모집공고를 진행하고 7월 내 운용사 선정을 마칠 예정이다. 연말까지 펀드 결성을 완료하고 이후 본격적인 투자에 착수한다.
직접투자 부문은 '리벨리온' 사례를 모델로 삼아 첨단 중소·성장기업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K-엔비디아' 육성...국민성장펀드, 리벨리온에 2500억 직접투자
산업은행과 대형 금융회사 중심이던 투자 대상 발굴 방식도 바꾼다. 기술력은 있으나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국민성장펀드 추진단 내 '성장기업발굴협의체'를 2분기 내 신설한다. 민간 운용사나 정부 부처가 수년간 키워온 기업 중 대규모 후속투자가 필요한 곳을 직접 추천하는 창구 역할이다.
저리대출은 중소·중견기업의 체감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 투자심의위원회 등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해 신속하게 국고채 수준의 저리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개선한다. 대기업이 저리 대출을 받더라도 지원이 대기업에만 머물지 않도록 하청 생태계와 밸류체인 기업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구조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는 이제 단순한 정책금융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을 그려나가는 핵심 투자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유관기관과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선정한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산업이 나아갈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첨단산업 생태계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