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를 통한 회생이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인한 해체냐. 팬택의 생사 여부를 놓고 채권단과 이동통신사들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채권단은 이통사들에 팬택 출자전환 결정 기한을 늘려주면서 '팬택 살리기'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있으나 이통사들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4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팬택 채권단은 당초 이날로 예정된 팬택 채무상환 유예시한을 나흘 뒤인 오는 8일로 연장했다. 팬택 생사 여부의 결정적 역할을 맡고 있는 이통사들에 시간적 여유를 주면서 출자전환에 동의하게끔 유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팬택 정상화를 위해 지난 2일 30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출자전환한 뒤 2018년까지 원금 상환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통 3사들도 팬택으로부터 받을 채권 총 1800억원을 출자전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통 3사가 팬택 살리기에 협조하면 금융권도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통 3사는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놓지 않고 4일까지도 "검토 중"이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유예 시한을 연장한다고 했으니 상황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통 3사가 8일까지 출자전환에 나서지 않으면 채권단은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중단하고,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들이 팬택에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것은 이번 고비를 잘 넘긴다 해도 팬택이 살아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어서다.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틈바구니에서도 기술력과 경영진의 탁월한 전략 덕에 근근히 사업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지금의 스마트폰 시장이 보조금을 얼마나 많이 얹어 파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정도로 기술보다 자본의 힘이 커지고 있다. 팬택이 버티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많다.
이통사들은 특히 채권단이 팬택의 생사 여부 책임을 자신들에 떠 넘기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언론 등을 이용해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에 참여하라는 신호를 계속 주고 있다"라며 "신속하게 처리할 일을 질질 끌면서 여론의 화살을 이통사에 돌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팬택측은 사실상 자사 운명의 열쇠를 움켜쥐고 있는 이동사들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통사들이 연간 8조원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고작 1800억원 출자전환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비난하기도 했다. 팬택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매달 15만~20만대 규모의 스마트폰 물량을 받아 주고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공정한 경쟁을 한다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