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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주년]②-5 '직원가족 행복하니 기업도 이득'

  • 2017.06.08(목) 08:30

사회적책임, 길을 묻다…좋은 일자리에 기여하라
엔씨소프트, 일·가정 양립…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최고의 어린이집 이용하고 육아휴직도 눈치 안봐"

▲ 엔씨소프트 구내식당에 있는 영유아용 의자.

 

"아들~ 오늘은 엄마 회사에서 같이 밥 먹고 어린이집 갈까"

"네! 네! 엄마"

'리니지'로 유명한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의 직원용 식당에 가면 영·유아용 의자가 있다. 게임 아이템이 아니다. 엔씨소프트가 임직원들이 출근길에 어린 자녀들과 아침을 먹도록 배려한 시설이다.

 

아이들 아침밥 챙겨주는 게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키워본 부모는 이해한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아이를 억지로 세수시켜 어린이집으로 데리고 왔건만, 어린이집에선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 한 조각 먹이기 힘들다. 

 

정규시간이 아닌 이른 아침에는 한정된 보육교사로 통합반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싸온 아이들을 돌볼 수 없다. 특히 개중에는 아침밥을 못 먹은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정해진 식사 이외의 밥이나 간식은 어린이집에서 못 먹게 한다. 그러니 어린이집과 같은 건물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을 챙겨주는 일은 부모 입장에선 엄청난 일이다.   

 

실제로 아침부터 부모의 회사에서 밥 먹은 아이들은 회사내 어린이집으로 뛰어갔다. 구내식당과 어린이집을 직접 살펴보니 뛰어갈 만했다.

 

 ▲ 엔씨소프트 직원 어린이집에서 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 어린이집 프로그램 직접 짠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3년 판교에 신사옥을 지으며 '웃는 땅콩'이라는 이름의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건물 다 짓고 남은 공간을 내어준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가장 좋은 위치에 어린이집을 우선 배치하고 나머지 사무실을 꾸몄다. 사옥 1층과 2층, 외부 놀이터를 포함해 무려 500평에 이르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이유다.

정원 200명에 학급은 14개나 되지만 공간이 워낙 넓고 통유리로 외벽을 꾸며 쾌적한 분위기다. 부모들은 어린이집 주변을 거닐며 통유리 사이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사방이 막힌 답답한 공간이 아니라 햇볕을 쬘 수 있는 개방형 공간에서 웃고 떠들고 배운다. 어린이집과 바로 연결된 놀이터는 푸른 잔디가 깔려있고 나무 위주로 만들어진 놀이기구가 곳곳에 배치돼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엔씨소프트가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면서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기획·개발해 교육의 질적 수준도 높다. 국제표준화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의 국제 인증 2종을 동시에 획득했을 정도다.

 

이런 까닭에 어린이집 직원들도 모두 엔씨소프트 직원이다. 담임교사 35명, 체육교사, 간호사, 조리사 등 50여 명이 근무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어린이집 인력이 모두 회사 소속이어서 위탁과 달리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엔씨소프트 어린이집 놀이터

 

◇ 일·육아 양립 → 임직원·회사·사회에 이익

회사 어린이집 시설이 왜 이렇게까지 좋을까. 엔씨소프트는 임직원의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 정도다. 여성 비율도 30%에 이른다. 어린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이 많은 직장이므로 이런 임직원을 배려해 일과 육아 모두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에 근접하는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어린이집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와 관련 과거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능력 있는 사람도 육아에 몰입하다 보면 업무에 지장이 올 수 있어요. 더구나 워킹맘의 입장을 조직에서 이해해주지 못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지죠. 회사 입장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육아 때문에 놓치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어요. 그런 면에서 우수한 인력 확보를 위해 어린이집은 반드시 필요했죠."

어린이집뿐만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육아휴직의 원활한 사용을 돕는 제도도 마련했다.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면 해당 부서에서 대체 채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육아휴직을 쓸 때 눈치 볼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조치다. 물론 육아휴직 당사자는 원래 직무로 복귀도 가능하다. 이런 까닭에 육아 휴직 후 복귀율은 평균 85%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임직원이 출산하면 회사는 경조금 50만원, 과일 바구니를 제공한다.

 

▲ 엔씨소프트의 착유실 안내문

 

심지어 사내 착유실도 갖추고 있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 임직원을 위한 공간이다. 착유실은 총 5개의 방이 있고 전동식 모유 착유기와 모유 저장 냉동고, 살균 소독기 등 착유에 필요한 물품이 구비됐다. 이런 세심한 배려는 직원의 직장 만족도는 물론 삶의 질을 높인다.

 

모유 수유를 하고 있는 한 직원은 "착유실이 없었다면 화장실을 이용했을 것"이라며 "이런 시설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복직 후 단유하는 엄마들은 다들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이같은 경영 방식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무엇보다 기업이 임직원의 육아를 돕는 노력은 임직원 개인은 물론 기업 자체에도 이익이고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근로자의 업무 만족도가 증가하면 이직이 감소해 신규 인력 채용 비용이 줄어들고 근무 태만 감소,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경영은 임직원이 출산과 육아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함으로써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 감소와 경제활력 위기를 맞고 있는 사회에도 큰 힘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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