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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략]②한국형 플랫폼 가능성은

  • 2017.11.13(월) 17:23

'카톡' 초기 시장 선점→네트워크 효과 집중 전략
글로벌 플랫폼 가능성 엿본 '라인' 타이밍 주효해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 맞서 독자 영역을 구축하거나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이들 플랫폼의 성공 비결과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시리즈로 알아본다. [편집자]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시징 앱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에 모여 게임하고, 쇼핑하고, 선물은 물론 돈도 주고받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애플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플랫폼은 카카오톡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정도다. 

 

지난 2010년 3월 출시된 카카오톡은 당시 무수히 많이 등장했던 모바일 메신저를 모두 물리치고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카카오톡에 앞서 글로벌 시장엔 왓츠앱(페이스북이 인수), 국내엔 앰엔톡이 있었으며 삼성전자(챗온)·SK컴즈(네이트온톡)·네이버(네이버톡)·KT(올레톡)·다음(마이피플)·매드스마트(틱톡, SK플래닛이 인수) 등 크고 작은 후발 주자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왕좌를 놓치지 않았다.

 

성장 과정을 숫자로 살펴보면 출시 1년 만인 지난 2011년 4월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플랫폼으로서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해 7월 2000만명, 11월에는 3000만명까지 증가했으며, 이듬해 3월 40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2017년 9월 현재 카카오톡은 국내 MAU(월 실제 사용자)만 4300만여 명에 달한다.

 

처음엔 스마트폰이란 플랫폼을 활용해 성장한 앱에 불과했으나 나중에는 스마트폰에 없으면 안 되는 킬러 앱이 됐고, 포털 사이트 다음(Daum) 등 다른 플랫폼을 인수·합병(M&A)하는 대형 사업자로 컸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모이는 모바일 플랫폼의 경쟁력을 십분 발휘해 플러스친구, 게임하기, 스타일 등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꾸준히 발굴해왔다. 카카오톡에서 게임을 출시하면 애니팡 같은 국민 게임이 탄생했고, 옷 장사는 물론 다양한 영역의 마케팅 활동도 대규모로 쉽게 할 수 있어서다.

급성장한 배경을 한두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술적으로는 다수 모바일 메신저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 스마트폰에 깔린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친구를 쉽게 등록할 수 있어 사용자를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점 등은 다른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쟁 사업자들은 카카오톡보다 자본의 힘도 우위였다.

 

절대 강자가 없던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재빠르게 진입해 사용자를 다른 곳보다 다소 많이 확보했던 게 경쟁력이라면 경쟁력이었다. 수요가 수요를 부르는 '네트워크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카카오톡의 경쟁력에 대해 "우리가 이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고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스마트폰 환경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서비스는 '커뮤니케이션'(소통)이라는 점에 착안해 플랫폼 사업자로서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이것에만 집중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경쟁 사업자들이 카카오톡 대비 차별화된 서비스, 이를테면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서비스를 내놓을 때도 카카오톡은 성급하게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지 않고 모바일 메신저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수익 모델에 대해서도 사용자가 불편한 것은 만들지 않겠다고 꾸준히 강조했다.

 

이런 과정에서 카카오톡은 마치 '애플빠'와 같은 일종의 팬층을 확보했다. 사용자가 급증해 크게 늘어나는 서버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콘셉트에 더해 카카오톡 때문에 망 부하 문제를 겪는다는 이동통신사와의 갈등 구조가 중첩되기도 했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가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을 떠날 수 없을 정도로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뒤에야 수익 모델을 차근차근 공개하며 수익화 작업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되려면 어떻게 성장하고 수익 모델을 발굴해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다.


이런 카카오도 아쉬운 대목은 있다. 국내에서만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이다. 카카오톡의 국내 사용자는 지난 3분기 4304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국외 사용자는 680만명으로 전년 727만명보다 6.5% 감소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며 모바일 메신저로 국내 1위를 수성하면서 콘텐츠와 인공지능(AI) 등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일본, 대만 등 국외 시장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을 펼치고 있는 네이버의 성공도 주목된다. 특히 라인이 성공 가도를 달리기 직전 결정적 장면 중 하나를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12년 3월 네이버(구 NHN)가 카카오톡과 국내에서 경쟁하던 네이버톡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하고, 일본에서 성과가 나고 있던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집중한 시점이다. 그해 3월은 카카오톡이 가입자 4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이른바 '전국 제패'를 선언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너무 강한 상대가 있는 국내는 사실상 포기하고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라인은 이후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성장을 기록한다. 인구가 1억2600만명이 넘는 초대형 시장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등극한 것이다. 네이버는 작년 일본에서만 1조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선전하면서 라인의 작년 말 기준 전세계 MAU는 2억2000만명에 달한다.

 

라인의 성장 과정을 보면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타이밍'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시장 환경이 조성되자 3개월 만에 라인을 출시한 것이다. 일본은 당시 문자 메시지가 무료였고 이메일을 주로 쓰는 문화도 있었으나, 극한의 통신 환경을 경험한 대지진을 기점으로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일반 사용자는 라인이 한국 기업인지 모를 정도로 철저한 현지화 노력이 더해지면서 동아시아의 대표적 모바일 메신저로 성장하게 된다.

 

라인 역시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메신저로 시작했으나, 음악·게임·간편결제·알뜰폰·배달·오토바이 콜 서비스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플랫폼 사업자로 크고 있다.

 

무엇보다 라인의 글로벌 성공 경험은 이 회사의 자산이 되어 네이버가 새롭게 시작하는 글로벌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라인 이전에는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이 대부분 지지부진했으나, 라인 이후에는 동영상 메신저 '스노우'와 연예인 실시간 방송 플랫폼 '브이라이브' 등이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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