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달이 차면 기울듯 기업 이미지라는 것도 기복이 있습니다. 시계를 뒤로 돌려 1990년대 SK텔레콤은 휴대전화 도입과 함께 생긴 '011'이란 고급 브랜드를 갖고 있었죠.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니 011은 비싸서 가입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싸고 고급 브랜드인 탓에 주머니 두둑한 '아재'들이 쓰는 폰이란 이미지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1990년대 말 'TTL'이라는 청소년·20대 전용 브랜드를 내놓고 젊음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거듭난 적도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SK텔레콤 광고모델로 발탁되면 대한민국 톱스타가 되는 신기한 현상도 생겼죠.
그런데 한동안 SK텔레콤 이미지,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이동통신'이라는 사업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됐습니다. 휴대전화 라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이 되면서 '이통사가 땅 짚고 헤엄치듯 사업을 한다'는 시선도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SK텔레콤에서 일할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이미지가 긍정적이지 않았나 봅니다. 이런저런 취업 관련 설문에서 SK텔레콤은 취업 희망기업의 순위권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라는 게 하루하루를 다투는 치열한 경쟁의 장인데, 뛰어난 인재가 SK텔레콤이 아니라 다른 기업에 가고 싶어 한다는 문제니까요.
예를 들어 미래 기술로 각광받는 인공지능(AI) 관련 인재가 SK텔레콤이 아닌 네이버, 카카오, KT 등 경쟁사에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한다면 어떤 기업의 장래가 밝을까요?
이런 까닭에 지난 5월에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임직원들을 만나 기업문화의 변화와 혁신 등의 사안을 놓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을 정도로 SK텔레콤의 위기의식은 남달랐다고 합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반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으로 SK텔레콤이 10위권에 재진입한 겁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8 전국 주요 대학 취준생 취업준비 및 기업인식' 결과를 보면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한국전력공사, 3위는 LG화학이었고 SK텔레콤은 현대자동차, 구글코리아, 네이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이어 8위를 차지했습니다. 작년 SK텔레콤은 13위였으니 10위 정도까지만 기억되는 특징을 볼 때 기쁠 수밖에 없습니다.
SK텔레콤은 이같은 변화가 신사업·기업문화 혁신 등 다양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업 영역에선 5G로 대표되는 새로운 통신 사업 외에도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새로운 ICT 사업의 선두주자 이미지를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겁니다.
또 올해는 ▲약정 ▲로밍 ▲멤버십 ▲렌탈 ▲요금제 등을 개선하면서 수익성 강화 대신 이미지 개선을 택했습니다. 10~20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브랜드 '0'도 내놨죠.
기업문화의 경우 2주 단위로 총 80시간 범위에서 직원 스스로 근무시간을 설계할 수 있는 '자율적 선택근무제'를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 있고요.
이 제도를 이용하면 매주 특정 요일에 학원 수강이나 운동 등을 하는 직원은 해당 요일 근무시간을 줄이고 주중 다른 요일 근무시간을 늘려 자기 계발 시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 주 4일 근무도 가능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자체 노력이 빛을 발한 것도 좋겠지만, SK텔레콤이 더욱 기쁜 대목은 AI와 IoT 등 ICT 신사업 분야 경쟁사의 순위 변화에도 있습니다. 행복은 성적순!
네이버(2→5위)와 카카오(6위→20위권 밖)같은 신사업 분야 경쟁사는 작년보다 순위가 떨어졌거나 아예 순위권에서 사라졌고요. 기존의 경쟁사인 KT, LG유플러스는 순위권에 없습니다.
다만 올해 구글코리아가 갑자기 5위를 차지한 것은 SK텔레콤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기업들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검색엔진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는 예전부터 있던 것이므로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인기 영향이 아닌가 싶은데요. 요즘에는 카카오톡보다 유튜브 쓰는 시간이 많다더니 취업 준비생들의 눈길도 이곳을 향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