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비즈人워치]5세대 아이돌 '메이브'가 탄생하기까지

  • 2023.02.10(금) 09:03

메타버스엔터 강성구 실장·안성원 AD·이상후 팀장 인터뷰
게임 그래픽 기술로 만든 칼군무와 표정연기 눈길
탄탄한 세계관이 강점…현실 아이돌과 다른 매력

걸그룹 '메이브'를 탄생시킨 주역들이다. (왼쪽부터)강성구 TD실장, 안성원 AD, 이상후 사업팀장이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걸그룹 '메이브(MAVE:)'가 데뷔 초부터 강렬한 성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판도라' 뮤직비디오는 공개한 지 2주만에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했다. 멤버별로 성격이 드러나는 뮤직비디오 코멘터리 영상에는 '입덕'(팬덤에 입문)을 고백하는 댓글이 달린다. 안정적인 라이브와 격렬한 안무, 화려한 비주얼도 메이브가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메이브가 케이팝 팬들의 주목을 받은 또다른 이유는 영속성이다. 데뷔 초 인터뷰에서 메이브는 100년 이상 활동하는 세계 최초의 그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메이브는 마티, 제나, 타이라, 시우까지 멤버 전원이 가상인간으로 이루어져 영원히 늙지 않는 메타버스 아이돌이다. 소속사는 넷마블에프엔씨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합작해 만든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이하 메타버스엔터)다. 

메타버스엔터에서 걸그룹은 메이브가 첫 도전이다. 가상인간 '리나'를 낸 적은 있지만 여러 명의 가상인간이 무대를 구현해야 하는 아이돌 그룹은 또 다른 영역이다. 메타버스엔터에서 테크니컬(기술) 리더를 맡고 있는 강성구 TD실장, 그래픽을 총괄하는 안성원 아트디렉터(AD), 이상후 사업팀장을 만나 5세대 아이돌을 지향하는 메이브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상후 사업팀장이 서울 성동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인터뷰를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게임사 노하우로 빚어낸 메이브의 미모

과거 수많은 가상인간은 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넘지 못했다. '불쾌한 골짜기'는 인간과 유사한 존재가 일정 수준 닮으면 불쾌감을 느끼고, 그 수준을 넘어서면 다시 호감도가 올라간다는 내용이다. 

메타버스엔터는 불쾌한 골짜기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메이브의 사실적이고 정교한 비주얼을 구현했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과 섬세한 표정 변화로 메이브 멤버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메타버스엔터는 3D 제작 플랫폼인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했는데, 전통적인 컴퓨터 그래픽(CG) 방식에 비해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방식이다.

또한 실시간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을 바탕으로 했다. 여기에는 넷마블에프앤씨가 오랫동안 게임을 제작하며 쌓아 온 노하우가 십분 담겼다. 캐릭터의 머리카락, 옷 등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CFX(클로스&헤어 시뮬레이션)를 적용할 때에도 따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강 실장은 "리얼타임 엔진을 활용할 때는 엔진에 맞게 콘텐츠를 개발하고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버스엔터가 넷마블에프앤씨라는 게임사를 기반으로 한 만큼 쌓인 노하우가 있어 잘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0년을 바라보는 아이돌답게 외모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나이를 먹지 않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멤버마다 고유한 음색을 가진 목소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영어나 인도네시아 등 외국어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왼쪽부터)안성원 AD, 강성구 TD실장이 서울 성동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메이브 '엔딩 요정'도 볼 수 있을 것"

메이브 멤버 '타이라'는 최근 뮤비 코멘터리 영상에서 "한 번만 춰도 힘든 춤이라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멤버들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호소했다. 가상 인간도 힘들어하는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문을 연 메타버스엔터의 국내 최대규모 모션캡처 스튜디오가 활용됐다. 

모션캡처는 움직임을 데이터로 만드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모션캡처를 하게 되면 모든 데이터를 보정해야 하는데, 여러 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필요한 데이터만 걸러냈다. 이밖에 근육 움직임을 표현하는 기술과, 동작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게 시뮬레이션에도 힘을 줬다. 

같은 '판도라' 안무를 선보이더라도 무대 구성에 따라 조금씩 퍼포먼스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뮤직비디오에 필요한 안무 모션을 제작했는데, 음악방송은 전체 버전이 필요해 따로 모션을 촬영해야 했다. 안 AD는 "무대를 시작하는 부분이나 '엔딩 요정(무대 마지막에 클로즈업되는 멤버)'도 여러가지 버전으로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대 내내 변하는 메이브의 표정 연기에도 모션 캡처와 메타버스엔터만의 기술이 도입됐다. 강 실장은 "지금은 모션캡처를 활용하고 있지만, 후에는 데이터를 활용해 학습을 통해 AI가 표정을 짓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아이돌의 덕목 중 하나인 팬서비스도 고도화한다. 현재 시우, 제나, 타이라, 마티는 디스코드를 팬 커뮤니티로 활용해 소통하고 있다. 강 실장은 "기술 개발을 통해 팬 개개인에게 맞게 대화를 나누고, 채팅을 넘어서 직접 음성으로 대화하고 라이브까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무 연습중인 마티. /사진=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현실 아이돌 대체가 아닌 고유한 캐릭터  

일각에서는 메이브가 과연 현실 아이돌의 팬덤을 끌어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아이돌 그룹의 일거리마저 AI(인공지능)가 빼앗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사업팀장은 "기존 아이돌과 가상 인간이 가진 장점은 다른 만큼 대체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가상 아이돌은 메타버스나 VR(가상현실) 등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고, 기획한 콘셉트에 맞춘 아이돌을 탄생시킬 수 있다. 넷마블에프앤씨의 또다른 자회사 '메타버스월드'에서 개발 중인 메타버스에서도 메이브가 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도된 콘셉트와 세계관을 반영하고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가상 아이돌의 장점이다. 메이브는 미래 세계 이디피아에서 온 4명의 아이들이 지구에 불시착했다는 이색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안 AD는 "완전히 실제 인간과 똑같은 것을 지향한다면 차라리 현실의 아이돌을 보는 게 낫다"면서 "메이브의 라이벌은 실제 아이돌이 아니다. 그와 별개로 탄탄하게 쌓아가는 우리만의 이야기, 고유한 스타일을 가진 캐릭터로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