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팬덤 플랫폼' 시장이 재편되면서 네오위즈의 팬 플랫폼 '팹'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브의 '위버스'와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의 결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팬 플랫폼으로서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출범 후 1년 지났지만 아티스트 1팀뿐
16일 업계에 따르면 네오위즈의 자회사 네오위즈랩은 팬 플랫폼 '팹'과 AR 서비스 '토핑'을 지난해 11월 모기업의 또 다른 자회사인 티엔케이팩토리(TNK)에 양도했다. 광고 사업 등 티엔케이팩토리와의 시너지 창출 및 사업 발전 측면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네오위즈랩에서 해당 서비스를 담당하던 모든 인력이 티엔케이팩토리로 이전했으며,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네오위즈랩의 모든 인력은 퇴사한 상황이다.
네오위즈랩의 전신은 '헤이비'라는 음원 앱을 만들었던 '엠피랩'이다. 네오위즈는 지난 2018년 엠피랩을 인수해 네오위즈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기원 전 네오위즈 대표가 이사를 맡아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기술을 연구 개발해왔다.
최근 수년간 네오위즈랩은 대중음악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9년 AR 포토카드 서비스 '모잉'을 출시했지만 지난해 1월31일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1년 7월 출시된 토핑으로 새롭게 AR 포토카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안드로이드 기준 다운로드 건수가 1만건 이하에 그쳤다.
팹 또한 출시 후 1년이 지나도록 아티스트 확보에 실패했다. 그나마 초반에 입점했던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의 '이달의 소녀'가 지난 10일부로 계약이 만료돼 팹에 입점된 아티스트는 '나인아이(Nine.i)'뿐이다. 디어유의 버블은 129개 그룹, 위버스는 78개 그룹,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는 36개 그룹의 아티스트가 입점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아티스트 IP 확보 어려워…위버스·버블만 남았다
케이팝의 성장에 따라 IT업계는 엔터테인먼트사와 손을 잡고 디지털 팬덤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팬 플랫폼은 충성 높은 이용자층인 케이팝(K-POP) 팬덤을 대상으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있어 IT기업의 기술력을 십분 발휘할 기회이기도 했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팬십에 이어 하이브가 위버스를 출시했고, SM엔터테인먼트가 자회사 디어유를 통해 버블을 내놨다. 후발주자인 엔씨소프트는 독자 콘텐츠와 AI 합성 기술을 내세워 유니버스를, 네오위즈는 종량제 방식으로 차별화한 팹으로 팬 플랫폼 시장에 도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팬 플랫폼 시장은 위버스, 버블 2강 체제로 재편됐다. 네이버는 하이브(당시 빅히트)와 협업해 2020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넘기고 위버스 운영사 BNX의 2대 주주로 등극했고,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유니버스를 디어유에 양도했다. 팹의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팬 플랫폼 사업의 경쟁력은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다. 소속 아티스트가 있는 엔터사와 달리 게임사를 비롯한 타 IT기업은 아티스트를 확보하는 것부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타 기획사의 아티스트와 계약을 맺고 수익을 나눠야 하는 만큼 사업성도 떨어진다. 일례로 유니버스는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2400만건 이상을 기록했지만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했다.
하이브+SM 독점, 후발주자 진입 어려워
최근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위버스와 버블의 통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니버스의 아티스트 IP가 버블로 이관되고, 버블과 위버스를 통합되면 SM엔터테인먼트 JYP,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가 한 플랫폼에 모두 입점하게 된다.
이 경우 국내 유명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의 90%가 한 플랫폼에 쏠리게 된다. 팬과 아티스트가 소통하며 유료 모델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버블, 굿즈 판매와 온라인 공연을 함께하는 위버스는 플랫폼의 기능이 다른 만큼 통합 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양사가 통합돼 모든 스타 IP가 한 곳에 모아진다면, 팬 입장에서는 1개의 플랫폼 접속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덕질을 모두 완료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룡 플랫폼'이 탄생하게 되면 다른 팬 플랫폼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팹의 경우 스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버블과 유사한 구조인데,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도 마땅치 않다.
팹 서비스를 양도받은 티엔케이팩토리는 MBC플러스와 '아이돌챔프'를 공동 개발한 바 있지만, 투표를 비롯한 팬덤 서포트 전문 앱으로 팹과는 플랫폼의 성격이 다르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팹은 현재 티엔케이팩토리와 협력하여 재정비를 하고 있으며,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