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인천 연수구 에스티젠바이오 사옥 앞 잔디밭. 품질관리팀 김은경 선임이 까만 머리에 붉은색 부리, 하얀 가슴털을 가진 새 한 쌍을 발견했다. 찾아온 손님은 천연기념물 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 사람들이 지나는 곳에 둥지를 틀고 지내는 일이 드문 조류임에도 이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했다.
원래 이 잔디밭에선 에스티젠바이오 임직원들의 사내행사가 예정돼있었다. 검은머리물떼새의 서식 사실을 알게 된 회사측은 행사장소를 급하게 변경하고 귀한 손님에게 잔디밭을 내줬다. 누구하나 불만이 없었다.
올해도 검은머리물떼새 한쌍이 찾아와 새끼 3마리를 낳았다. 에스티젠바이오 직원들은 인근 남동공단을 찾아가 새들이 천적을 피할 수 있도록 PVC 파이프를 구해오는가 하면 '새덕후'로 유명한 유튜버 김어진 씨에게 서식 사실을 알리는 등 검은머리물떼새 보호에 너나없이 나섰다. 작은 관심이 환경을 살리는 큰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의 바이오의약품 제조사인 에스티젠바이오의 친환경 경영이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닌 직원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회사측이 받아들여 확산시키는 '다운톱' 방식이 특징이다.
우유팩 분리배출도 작은 실천에서 시작해 사내문화로 확산한 사례 중 하나다. 사업개발실 사업2팀 소속의 김수미 주임이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려지는 우유팩을 모아보자고 제안한 것을 계기로 지금은 사업팀·재경팀·경영관리팀 등이 분리배출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국내 우유팩 재활용률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생각은 있지만 막상 손이 가지 않는 분리배출을 에스티젠바이오 직원들은 지난 1년간 꾸준히 실천해왔다. 덕분에 지난해 2kg였던 수집량이 올해 5월까지는 8kg로 늘었다. 직원들은 이렇게 모은 우유팩을 인천 연수구청으로 가져가 종량제 봉투나 화장지로 교환했다.
에스티젠바이오 관계자는 "친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은 직원 몇명이 시작한 우유팩 수거 활동이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다수 팀에서 참여하는 행사가 됐다. 앞으로도 사내 활발한 홍보로 자원순환에 대한 임직원들의 인식을 높이고 꾸준한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친환경 경영은 각 가정에도 스며들고 있다. 에스티젠바이오는 지난 3월 직원들의 초등학생 자녀들을 초청해 '친환경 실천 클래스' 행사를 열었다. 엄마 아빠의 일터를 아이들의 눈으로 직접 둘러보고 플로깅(Plogging), 플라스틱 없는 샴푸바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보호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게 한 행사다.
에스티젠바이오 경영관리팀 관계자는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참신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