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 스프, 혼다시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식품 대기업 아지노모토(AJINOMOTO)가 오는 12월 자회사 아지노모토 북미홀딩스(ANH)를 통해 미국 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및 개발기업인 포지바이오로직스홀딩스를 5억5400만달러(한화 약 700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을 최근 발표했습니다.
앞서 아지노모토는 지난 2월 '중기 ASV('공유 가치를 창출하는 아지노모도 그룹'의 약자) 이니셔티브 2030 로드맵'에서 독자적인 '아미노사이언스' 플랫폼의 강점을 활용해 헬스케어를 포함한 4개의 전략적 성장 분야를 선정했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기존 아미노산과 저분자 의약품 CDMO 사업의 꾸준한 성장 외에도 올리고뉴클레오티드 의약품, 바이오의약품 CDMO, 재생의료 및 항체 배양배지, 의료 식품 등으로 사업 확장 계획을 알렸습니다. 또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전자 치료제 CDMO를 첨단 기술 분야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최우선 차세대 전략 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유전자 치료제는 체내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추가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이상을 치료하는 의료기술로, 기존 치료제로는 치료가 어려운 유전성 질환을 주로 대상으로 합니다. 현재 글로벌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에 있는 프로젝트 중 대다수가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AAV)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안전성이 잘 확립돼 있기 때문입니다. AAC를 활용한 임상시험은 100건 이상(대부분 미국)이 진행됐으며 현재 7건의 신약이 승인됐습니다.
아지노모토가 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도 증가하는 임상시험 수와 이에 따른 허가 의약품 증가에 힘입어 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AAV 제조는 고도화된 기술 노하우와 전문화된 제조 설비를 필요로 하는데 현재 과잉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포지바이오는 고순도, 고수율 AAV 생산 기술을 통해 유전자치료제 제조 밸류체인, AAA와 플라스미드(세균의 세포 내에 염색체와는 별개로 존재하면서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DNA) 제조에서 핵심 역량을 보유한 곳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바이오텍 기업을 대상으로 초기 단계 임상시험을 위한 cGMP 준수 생산을 통해 실적을 올려 최근 몇 년 동안 급성장했습니다. 새롭게 등장하는 유전자 치료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제조시설을 보유한 것도 강점입니다.
아지노모토는 포지바이오의 유전자치료제 제조 노하우를 통해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 플랫폼 등을 구축하고 첨단치료제 분야로 진출할 예정입니다.
아지노모토는 "이번 인수를 통해 아지노모토의 독보적인 '아미노사이언스' 기술 플랫폼과 포지사의 기술 플랫폼을 통합하게 됐다"면서 "기술 개발 능력, 희귀 질환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 기업이 유전자치료제 CDMO 시장에 진출한 사례가 있는데요. CJ제일제당이 지난 2021년 11월 네덜란드 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76%를 2677억원에 인수했죠.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서 백신 연구개발과 생산을 맡았던 경영진이 2010년에 설립한 회사로, 바이러스 백신 및 벡터의 제조 공정 개발에 독자적인 역량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을 줄줄이 인수했는데요. GC녹십자 자회사인 GC셀은 지난해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인 바이오센트릭, SK의 의약품 CDMO 자회사 SK팜테코도 지난 9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인 CBM을 인수했습니다.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는 전체 제품의 약 50% 이상이 CDMO 등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됩니다. 그만큼 시장성이 크지만 유전자 치료제 CDMO는 일반 바이오의약품에 비해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입니다. 유전자치료제 전문 CDMO를 인수하면 안전하고 신속하게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된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