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글로벌 빅테크와 합종연횡 구도가 한층 뚜렷해졌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LG유플러스까지 구글과 전방위 협력을 밝혔다. SK텔레콤과 KT의 경우 이미 지난해 각각 퍼플렉시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은 바 있다.
이들 통신사는 모두 자체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저만치 앞서 있는 유수 빅테크 AI와 제휴를 피할 수 없는 비즈니스로 보고 있다. 글로벌 협력을 통해 실제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실용성 있는 AI로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번 MWC 2025를 통해 이통3사의 글로벌 파트너십 진용이 확실해졌다. SK텔레콤은 퍼플렉시티와 앤스로픽, KT는 MS, LG유플러스는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다.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번 MWC에서 구글과 파트너십 체결을 선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구글 클라우드와 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자체 AI 에이전트인 '익시오(ixi-O)'에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사들의 이러한 행보는 AI 시장에서 협력 생태계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과 무관치 않다. 기본적으로 AI 기술은 데이터, 반도체, 컴퓨팅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야 제대로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 AI 공룡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국내 단일 기업이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통3사는 글로벌 빅테크와 파트너십을 통해 실제 이용자가 잘 사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 AI 생태계를 인프라, 모델, 애플리케이션(앱) 레이어로 나눴을 때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인프라나 챗(GPT)-4.5 등 대형언어모델(LLM)이 아닌 인터페이스를 공략하는 것이다. 기존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로 제공해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김영섭 KT 대표도 이번 MWC 2025에서 "우리의 수준이 낮으면 빨리 배워서 빨리 따라잡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산업과 소비자가 잘 쓰는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T가 MS와 협력해 개발 중인 '한국적 AI' 또한 공공·금융·제조·유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최적화한 AI 전환(AX) 솔루션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구글에 이어 손을 잡은 AWS와 '워크 에이전트'를 공동으로 만든다. 이를 통해 AI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도 AI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권용현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은 "AX(AI 전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하는 파트너 사업자와의 협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