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이래 최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던 총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청산된다. 지난 2006년 서울시가 서부이촌동을 포함하는 현재의 개발안을 승인하며 사업이 시작된 지 7년만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5일 용산국제업무지구 땅값으로 받았던 자산유동화증권(ABS) 1조197억원을 대한토지신탁에 납입할 계획이다. 대토신이 이를 받아 은행에 납부하면 코레일은 토지소유권 등기이전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코레일·삼성물산·국민연금 등 30여개 출자사가 세운 용산사업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의 보유 토지 지분은 전체 개발 대상지의 59.6%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드림허브는 현행법상 토지 면적의 3분의2 이상 보유가 기준인 시행사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돼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 공중으로 날아간 1조5000억원
드림허브 출자사들이 납부한 1조원의 자본금은 이미 운영비 설계비 등으로 쓰여 공중으로 사라졌다. 두 차례 발행된 전환사채(CB) 5000억여원도 회수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출자사들은 지분비율에 따라 ▲코레일 2500억원 ▲롯데관광개발 1510억원 ▲KB자산운용 1000억원 ▲삼성물산 64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490억원 등을 출자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펀드로 용산개발 사업에 참여한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도 각각 1000억원과 250억원을 날리게 됐다.
이에 더해 코레일은 선매입한 랜드마크빌딩의 1차 계약금 4161억원을 추가로 날리게 됐다. 삼성물산 역시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을 따내면서 인수한 CB 대금 800억원과 아직 받지 못한 토지오염정화 공사비 271억원 등 900여억원의 손실을 떠안는다.
◇ 코레일-민간社 2라운드 '소송전'
사업 무산을 앞두고 올 초 불거졌던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들과의 무한 갈등은 사업 청산 뒤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사업 무산의 책임 소재와 이에 따른 자본금 반환 주체를 따지는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롯데관광개발을 중심으로 한 민간출자사는 투자금의 실질적인 손실에 사업 기회비용까지 추가해 코레일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 출자사들은 최초 납입자본금 7500억원에 법정이자 6%를 적용한 9622억원과 1차 CB 납입금 1125억원 등 총 1조747억원을 코레일에 청구할 예정이다.
또 개발이익금 2조7000억원 중 코레일을 제외한 민간출자사 지분 2조400억원에 대해서도 기회손실 보상을 요구할 예정이다.
당장 민간 출자사들은 현재 공석인 코레일 사장이 새로 부임해 용산사업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코레일에 소유권 등기이전을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책임소재가 자금 문제를 해결 못한 민간 출자사들에 있다고 보고 맞대응하고 있다.
◇ 서부이촌동 '부글부글'
개발 구역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최대 수 천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이 늘어지면서 7년째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0여가구는 보유주택이 경매에 부쳐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주민들은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사라질 경우 소송 당사자가 사라지는 문제가 있지만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간 소송결과에 따라 책임소재가 드러나면 어느쪽이든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우리는 드림허브와 상관없이 서울시나 코레일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송 참여 가구는 서부이촌동 일대 900~1000여가구로 알려졌다. 소송 참여 가구당 피해 추정액은 1억~2억원선으로, 한우리 측은 우선 가구당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 지구지정 해제..지하철 노선도 재검토
이날 서울시는 코레일이 용산 토지대금으로 받은 ABS 1조197억원을 최종 상환함에 따라 이달 12일자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지구지정 해제를 고시한다고 밝혔다. 사업시행자 변경이나 단기간 사업 재개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신속히 구역을 해제하기로 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서부이촌동 등 개발 지역에 적용된 토지거래 제한 등 재산권 규제가 모두 풀린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계획 발표 이후 2007년 8월 서부이촌동 일대에 지정한 이주대책기준일도 동시에 해제된다.
2017년 개통 예정이었던 신분당선 연장선 용산~강남 구간 사업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민자사업(8700억원)으로 추진해 왔는데 사업 무산과 함께 종전 수요 예측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민간사업자와 신분당선(용산~강남) 사업의 수요 감소 영향 등을 분석 중"이라며 "필요한 경우 기획재정부에 수요예측 재조사를 요청하거나 구간별 단계적 추진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