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년 간 무주택자로 살던 이 모씨(50)는 드디어 새 아파트를 구매해 입주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막상 입주하고 보니 결로가 심해 곰팡이가 생기고 지하주차장 천장에선 물이 새는 등 곳곳에서 하자를 발견했다. 이 씨가 시공사 측에 하자 보수를 요청했지만 처리 속도가 느리거나 일정 부분은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하자분쟁조정위원회를 알아보며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 이 씨는 새집 마련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이 씨와 같은 입주민들이 아파트 하자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해 마음 고생하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 입주 예정자들은 입주 전 방문해 시공 하자를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 시공사는 입주자들이 하자 점검표에 기록한 주요 결함을 반드시 입주 전까지 고쳐야만 최종 입주를 위한 사용검사 확인 등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아파트 하자 관련 피해‧분쟁을 줄이기 위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 예방 및 입주자 권리강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2만495건의 하자 분쟁 건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하 하심위)에 접수됐고 이 중 49.9%(1만226건)에 대해 하자 판정이 내려졌다. 나머지 10.9%(2244건)에서는 조정이 성립됐지만 7.2%(1485건)는 결국 조정이 결렬돼 소송 등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입주 시점에서 부실시공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입주 전에 직접 입주자들이 집을 둘러보는 '사전 방문제도'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건설사 등 사업 주체는 전문 지식이 부족한 입주자가 주택을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사전방문 점검표'를 제공한다. 이 중 보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건은 사용검사 또는 입주 전까지 보수를 마쳐야 한다. 정해진 시점까지 보수가 완료되지 못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명확한 부실시공에 대해 사용검사권자(시장·군수·구청장)가 시정 명령·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정상적 주거생활이 곤란한 수준의 하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용검사 자체를 유보할 수 있도록 사용검사권자의 권한이나 사용검사 기준도 손질된다.
아울러 건설사 등 사업 주체는 이 모든 종합적 보수 결과를 '조치결과 확인서' 형식으로 입주민에게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전문가로 구성된 '품질점검단'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품질점검단은 공유부 및 샘플 세대 전유부 점검을 진행하며, 입주자와 사업주체 간 분쟁사항에 대해 객관적‧전문적 판단을 할 수 있다. 다만 품질점검단의 판단에 이의가 있는 경우엔 하심위에 이의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하자판정기준도 개선된다.
지금까지는 하심위가 적용하는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 판정 기준'(이하 하자 판정기준)상 하자의 범위가 법원 판례나 건설감정 실무보다 협소한 경우 권리구제를 위해선 소송이 불가피했다.
예를 들어 석재 하자, 지하주차장 시공 불량, 단지내 도로·보도 하자, 가구 하자, 보온재 미시공 등은 하자 판정 기준에서 하자 범위에 들어있지 않다.
앞으로는 하자 기준 범위를 넓혀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하심위 결정만으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개선된다.
입주한 뒤에도 하자 보수를 받기 수월해진다.
관리사무소 등 아파트 관리 주체는 입주민들이 요청한 하자보수 청구내역을 청구 기간 만료 시점 후 5년까지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하자담보책임 기간 내 하자보수 청구 명세가 확인되는 경우만 하자담보책임 기간 이후에도 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명세를 오래 보관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하심위가 하자로 판정한 경우 이를 관할 관청(지자체)과 즉시 공유해 바로 보수 공사 명령이 내려질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개선된다.
하자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조정 역할만 하던 하심위에 재정 기능도 추가한다.
조정 제도는 어느 한 당사자가 조정안을 반대하면 어떤 결정도 내려질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많은 경우 소송을 거쳐야만 분쟁이 해결된다. 하지만 재정 제도는 재정 결정 시점부터 일정기간 내 어느 쪽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재판상 '화해'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하심위 단계에서 분쟁이 끝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법률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개선 방안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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