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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만큼 큰 실망' 해외건설, 더 무거워진 정부 어깨

  • 2019.12.04(수) 16:59

해외건설 수주 200억불 간신히 넘길 듯…30% 이상 위축
중동발 수주개선 믿었지만…정부 주도 G2G 수주 역할 커져

장밋빛 기대를 모았던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쓴웃음을 삼켰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200억달러를 채우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던 중동 시장 발주량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고, 아시아도 전년만 못했다. 여기에 과거 무리한 해외수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건설사들이 보수적인 수주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고 건설사 스스로도 적극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면서 정부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해외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을 체결하고, 국내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구조가 해외수주를 늘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 200억달러 돌파도 힘겹다

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3일 기준)까지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180억9801만달러(약 21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200억달러를 돌파하지 못한 2006년(164억6800만달러) 이후 14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치다.

남은 한 달 동안 20억달러를 채워 연간 기준 200억달러를 돌파한다 해도 전년과 비교해 37% 감소(200억달러로 가정)하게 된다.

올 초만 해도 해외시장에 거는 기대가 컸다. 작년에는 321억달러로 3년 만에 300억달러 벽을 뚫었고, 저유가 시대에서 벗어나 국제유가도 회복돼 중동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내 건설사들의 오랜 텃밭인 중동에서는 43억9900만달러를 수주하는데 그쳐 수주 규모가 전년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경제 급성장으로 인프라 투자가 활발한 아시아시장도 올해는 예전만 못했다. 작년에는 아시아시장에서 162억달러가 넘는 수주를 달성한 반면 올해는 107억달러에 그친 상태다. 해외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도 가장 많았지만 전체 규모는 줄어든 것이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미중 무역전쟁 확대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 발주가 이전보다 많지 않았다"며 "유가도 저유가 시대 수준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많이 오르지 않고 횡보하면서 중동 발주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 정부와 함께 신시장 개척

가파르게 오르는 수도권 집값과는 달리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사업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에 여러 규제를 가하면서 수주할 수 있는 사업 자체가 많지 않고,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강화로 일반 분양 역시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건설사 수익의 무게중심이 국내 주택에서 해외사업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중동 지역 정치 불안과 미중 무역분쟁, 유가 상승폭 제한 등의 이유로 해외건설시장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체적으로 해외수주 활동에 주력하면서도 정부의 긴밀한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발주시장 추세가 단순 도급이 아닌 투자개발형 사업을 선호하고 있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과 자금지원 등이 필요하다.

실제 최근 정부는 중동 지역 대표 발주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포함한 수주지원단을 급파했다. 사우디는 우리나라의 해외 누적 수주액 1위 국가로 최근 탈석유화 시대를 대비해 '비전 2030'을 발표,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우디가 선정한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중점 협력국가 중 하나다. 지난 4월에는 '한-사우디 비전2030 협력회의'를, 6월에는 사우디 왕세자가 방한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 기업이 사우디에서 입찰 중인 28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중 하나로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하위야 우나이자 가스 저장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의향서(LOI)를 접수했다. 내년 1월 본 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로 본 계약 규모는 19억달러 수준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기업 대 기업으로 수주가 이뤄지면서 단순 도급형 사업이 많았다"며 "하지만 단순 도급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최근에는 투자개발형 사업 발주가 늘면서 정부의 건설 외교가 중요해져 정부 역할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건설사 자체적으로도 선진국 시장 진출을 노려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손태홍 실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주력하는 중동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 건설사들도 기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선진국에도 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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