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2020년 경자년(庚子年)을 새로운 먹거리를 육성해 성장동력으로 삼는 원년으로 선언했다. 지난해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주택사업이 위축되는 등 위기와 긴장이 계속되면서 돌파구가 필요한 까닭이다.
신년사를 통한 CEO의 메시지 없이 조용하게 새해를 맞이하는 건설사들도 있다. 작년만 해도 신년사를 통해 '건설명가 재건'을 선언하거나 위기 극복을 위해 임직원들에게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던 곳들도 올해는 별다른 메시지 없이 한 해 업무를 시작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겹겹이 쌓이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위축은 불가피하다. 재건축‧재개발이 지연되면서 주택사업 수주가 어렵고, 분양가상한제 등 신규 주택 공급 관련해서도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신년사를 공개한 건설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찾기를 강조했다.
종합부동산개발사로의 변신을 선언한데 이어 작년 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은 모빌리티 그룹과 종합 금융부동산기업으로의 진화를 강조했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빠른 안정화와 통합을 이뤄내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새로운 사업 플랫폼을 창출하는 선순환체계를 구축해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HDC그룹에 다시 오지 않을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합 금융부동산 기업으로의 진화도 미룰 수 없는 목표"라며 "그 동안 쌓아온 부동산‧인프라 개발 노하우와 금융기법의 적극적인 결합은 트리거 역할을 하고, 부동산 금융을 활용해 사업 단계별 포트폴리오를 안정화시키면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돼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우건설은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신사업인 자산운용 부분도 안정적으로 자리잡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작년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여러 시도를 실현하는 노력의 과정이었고, 올해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플랜트‧토목사업본부는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LNG와 신재생에너지 등 추가 공종 발굴과 역량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신사업본부는 사업 다각화를 통한 다양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며 "베트남 개발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추가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AMC(리츠 자산관리회사, Asset Management Company)를 활용한 투자개발과 자산 운용사로서의 사업 확대 등도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 운영 체계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은 "친환경과 도시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생산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연료전지와 친환경 플랜트‧발전, 신개념 주거상품까지 사업 모델 혁신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기존 사업과는 다른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2020년을 새로운 10년의 성장을 약속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하며 "프로젝트 건전성과 경쟁력을 모든 판단과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고 실질적인 목표를 수립해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이례적으로 신년사 없이 2020년을 맞이했다. 지난해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밝힌 '건설명가 재건'을 시무식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신년사는 물론 시무식도 열지 않았다. GS건설도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신년사로 갈음했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최근 '계열사 부당지원'과 관련해 불구속기소된 점을 의식한 듯 임직원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당부하는 짤막한 인사말 수준의 신년사를 내놨다.
게다가 이들 건설사는 한남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토부와 서울시는 3개 건설사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현행 법령 위반 소지가 있는 20여건을 적발하고 수사의뢰, 시정조치 등 엄중한 조치를 단행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무리한 수주 공약을 내세우면서 정부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은 셈이어서 신년사 대신 조용하게 한 해를 맞이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