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까지 서울 도심 내 32만가구를 포함해 전국 대도시권 중심으로 총 8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역대급 주택 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공공 주도로 서울 도심을 개발하고, 불필요한 규제 등은 과감히 없애겠다는 방안이다.
또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 개발이익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민간 참여를 독려한다. 공급 주택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수요를 채우기 위해 공공분양 중심인데, 3040세대의 청약 당첨 기회를 늘리기 위한 추첨제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 공공 주도로 개발해 공급 '속도전'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한 공급 계획 83만6000가구 중 57만3000가구는 도심 내 신규 사업을 통해, 26만3000가구는 신규 공공택지 지정 등을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소규모 재개발로 30만6000가구를 공급한다. 신규 도입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3년 한시)을 통해 역세권‧준공업지‧저층주거지 등은 신속 정비하겠다는 내용이다.
토지주와 민간기업, 지자체 등이 저개발된 도심 우수입지를 발굴해 LH나 SH 등에 주택 및 거점 복합 조성을 제안하면 국토부‧지자체 검토를 거쳐 해당 지역의 개발 사업이 신속히 추진(예정지구 지정)된다. 예정지구 지정 1년 이내 토지주 등 3분의2가 동의하면 사업이 확정되고, 공기업의 부지확보와 지자체 신속 인허가 등을 거쳐 착공하는 공공주도 패스트트랙(Fast-Track)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민간 건설사와 디벨로퍼의 사업제안을 장려하고, 리츠 공동출자나 사업비 분담의 방법으로 공기업과 민간 공동시해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공공주도 개발 사업에서는 용적률 상향과 기부채납 제한 등을 통해 사업성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토지소유자에게는 기존 자체사업 추진방식보다 10~30%포인트 가량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아파트와 상가 우선공급도 약속한다.
보장한 추가수익 외 발생하는 개발 이익은 비용부담 능력이 없는 실거주자 거주수단을 마련하고, 세입자와 영세상인 이주‧생계지원과 지역사회 생활SOC 확충 등으로 활용한다. 실거주자 거주수단으로는 이익공유형 주택이나 신(新)수익공유형 모기지 공급 등이 거론된다.
향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입지별 특성에 따라 맞춤형 규제혁신과 개발 콘셉트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역세권은 '주거상업 고밀지구'로, 제조‧유통 위주의 저개발 준공업지역은 '주거산업융합지구' 개발 등이다.
5000㎡ 이하 소규모 입지는 '소규모 재개발사업'을 신설, 지자체가 구역을 지정하면 토지주가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방식도 마련하기로 했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비구역 경계 설정제한과 부지확보 요건 완화, 도시‧건축 규제완화와 세제혜택 등이 적용된다.
◇ 정비사업, 공공에 맡기면 재초환 없다
이해관계 조율과 공익확보 등 공공 기능을 정비사업에 적용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도 도입한다. 제자리걸음인 도심 내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 사업은 주민 동의를 거쳐 LH‧SH 등이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하고, 사업과 분양계획 등을 주도해 신속히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조합원 과반수 요청으로 공기업의 정비사업 시행이 시작되고, 조합총회나 관리처분인가 절차 등이 생략된다. 이를 통해 13년 이상의 사업이 5년 이내로 단축된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참여 독려를 위한 개발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 재건축 조합원 2년거주 의무 미적용,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미부과 등을 통해 사업성이 큰 폭으로 개선될 수 있다.
조합원에게는 기존 정비계획 대비 추가수익을 보장, 장래 부담 아파트 가격을 현물선납(양도세 비과세) 후 정산방식 등 분담금 증가 리스크를 없앤다. 기존 정비 사업장도 희망하면 공공직접 시행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이미 선정한 업체를 승계하거나 매몰비용 보전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도시재생 사업 노후 주거지 개선 기능을 보완하고, 전국 15~20곳에 약 26만가구 규모를 공급할 수 있는 신규 공공택지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 공공분양 일반공급 늘린다…투기수요는 억제
이번 공공주도 개발 등으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에는 일반공급 비율을 상향하기로 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현재 15%인 공공분양 일반공급 물량은 이번 대책 공급분에 한해 비중을 50%로 상향한다.
또 저축 총액 순으로만 공급됐던 일반공급 물량에 대해서도 추첨제를 도입, 3040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대규모 개발 계획을 발표한 만큼 투기수요 차단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우선공급권은 1세대 1주택 공급을 원칙으로 하고, 대책발표일 이후부터 사업구역 내 기존 부동산을 신규 매입 계약 체결할 경우 우선공급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대책발표 후 지분 변동이나 다세대 신축 등 추가 지분 확보 시에도 우선공급권을 미 부여하고, 1채 건축물과 1개 필지를 다수가 공유해도 우선공급권은 1개만 허용된다.
우선공급권은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전매제한이 설정되고, 우선공급 대상자는 공급계약일로부터 5년내 투기과열지구 우선공급 및 정비사업 조합원 분양이 불가능하다. 사업예정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인근지역 이상거래 등 투기수요에 대한 실거래 기획 조사와 현장점검도 강화한다.
업계나 지자체 등이 사업 예정지로 거론하는 지역은 가격동향 점검을 강화하고, 불안이 심화되거나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구지정을 중단한다. 최근 거래가격이나 거래량이 이전보다 10~20% 상승 시 대상지역에서도 제외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도심 내 충분한 물량의 주택을 공급해 내 집 마련 어려움을 덜고, 이를 위해 국회와 협력해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서울시 등 지자체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이 사업은 민간이나 공공 혼자 할 수 없고, 민‧관이 협력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할 때 실행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