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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수준 공급이라지만, 문제는 '주민동의'

  • 2021.03.31(수) 16:37

영등포·은평 등 21곳 2·4대책 첫 후보지…판교신도시 수준
토지수용 방식 개발…주민 동의 등 사업절차는 난관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2.4대책) 첫 선도사업 후보지로 금천구와 도봉구, 영등포구와 은평구 등 4개 자치구에서 총 21곳이 선정됐다. 주택 공급 규모는 판교신도시 수준인 약 2만5000가구로 예상된다.

정부는 2.4대책에 대해 다수의 지자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문제는 사업추진에 필수요건이 주민동의인데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는 민간의 의지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더 크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향후 주민동의 여부에 사업추진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가운데)은 31일 열린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2.4대책 1차 선도사업 후보지를 발표했다. (사진: 국토교통부)

◇ 개발 인센티브로 토지주 수익 개선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4대책 1차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는 금천구 1곳과 도봉구 7곳, 영등포 4고과 은평구 9곳 등 총 21개 지역이다. 지자체 제안 후보지 중 공공이 시행 주체가 되는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대해 우선 접수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입지요건과 사업성 등을 검토해 우선 선정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주요 후보지 사례를 보면 영등포 신길동 저층주거지의 경우 신길뉴타운 중심부에 위치하고 인접지역은 고밀개발 됐음에도 이 지역은 2014년 재개발 구역해제 후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공공이 참여해 각종 인센티브로 사업성을 개선하고, 저소득 주민을 위한 공공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근린공원 등을 포함한 주택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은 용도지역 1~2단계 종상향 등 도시계획 인센티브를 통해 기존 민간 개발 추진과 비교해 용적률이 평균 111%포인트 상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가구 수도 도시규제 완화와 기반시설 기부채납 완화 등으로 구역에 따라 약 341가구(39.9%) 늘어난다.

토지주의 수익도 공급물량 증가 영향으로 우선 분양가액이 시세대비 평균 63.9% 수준으로 예측, 토지주 수익률도 평균 29.6%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토지주 수익률은 시세차익(시세-우선분양가액)을 종전자산가액으로 나눈 값이다.

국토부는 사업계획과 사업효과에 대한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토지 등 소유자 10% 동의요건을 우선 확보한 후보지는 7월부터 예정지구로 지정, 신속하게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선도사업 후보지 중 연내 주민동의를 받아 사업에 착수하면 토지주에게 최고 수익률(민간 재개발 대비 30%포인트 증가)을 보장하고, 도시‧군축규제 완화 등 인허가를 우선 처리하는 등 지원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선도사업 후보지에 정부 지원을 집중해 가시적인 성과를 조속히 보여드리겠다"며 "2.4대책에 대해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다른 지역도 협의가 완료 되는대로 후보지를 순차적으로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열기 높다는데…'주민동의' 관문 넘을까

이번 1차 선도사업 후보지를 포함해 2.4대책을 통한 공공개발에 현재까지 지자체 288곳, 통합지원센터를 통한 민간 지원 53곳 등 총 341곳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지역이 공공 주도 개발에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국토부는 입지와 사업성 등에 대해 지자체와 협의를 신속히 진행, 향후 4~5차례에 걸쳐 입지를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필수 절차인 주민 동의를 얻을 수 있느냐 여부다. 사업을 접수한 지자체들은 이전부터 개발 노력이 있었고, 개발압력이 있었던 지역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주민 동의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 참석한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추천한 후보지는 과거 개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거나 개발 압력이 높지만 사업 수익성이나 여건 상 민간 개발이 어려워 무산됐던 곳이 대부분"이라며 "해당 주민들에게 직접 질문을 하진 않았지만 이전부터 개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겠다고 판단해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주민 동의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기 전인 만큼 정부나 지자체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2.4대책을 통한 도심개발은 LH와 SH 등 공공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난관이 예상된다. 2.4대책은 LH나 SH가 현물선납 방식으로 토지를 수용, 소유권을 넘긴 토지주들은 우선공급권을 부여받아 사후 정산받아 새 집을 분양받는 방식이다. ▷관련기사: '새집줄게 네땅다오!'…토지수용 어디까지?(2월8일)

정부는 LH 투기 논란 이후 공공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만큼 투기 문제를 철저히 해결하면서 개발사업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주민 동의 절차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2.4대책은 토지주들이 공공에 소유권을 넘긴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땅 투기 논란으로 LH 등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2.4대책은 공공재개발보다 사업 진척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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