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공공재개발은 어떻게 되는거죠?"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내세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자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면서 공공정비사업 추진 구역들이 혼돈에 빠졌다.
향후 민간 정비사업 쪽에 힘이 실리면 공공정비사업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공공정비사업을 추진하던 구역들도 민간 정비사업이라는 선택지를 추가해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8일 여러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오세훈 후보가 시장이 됐는데 공공개재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까요?", "기존에 진행하던 공공재개발이 취소될 확률이 있을까요?" 등의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 이후 민간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공공정비사업 추진 구역들이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오 시장이 내세웠던 핵심 공약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다. 한강변 아파트 35층 규제 폐지, 용적률 상향, 정비사업지구 재지정 촉진 등을 약속했다. 현 정부가 밀고 있는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기조와는 정반대되는 정책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8·4대책에서 공공재개발·재건축을, 올해 2·4대책에선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 등 LH와 SH 등이 주도하는 공공정비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재개발의 경우 2차 후보지 선정까지 마친 상태다.
그러나 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일부 구역들이 민간재개발 검토에 나섰다.
규제 완화가 되면 민간재개발이 사업성 면에선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민간 재개발 촉진에 따라 용적률, 층수제한 등의 규제가 완화되면 공공재개발보다 수익성, 단지 쾌적성 등이 높아질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민간 정비사업 추진 시 시세 상승분, 단지 쾌적성 등이 높을 수 있기 때문에 민간 정비사업이 가능한 곳은 민간 쪽으로 무게추가 옮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재개발에 힘이 실리면서 상대적으로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추진 동력 약화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시장은 조례를 통해 용적률 상향 등을 추진할 수 있고 장관회의에 참석해 제도개선 건의를 통해 각종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민간재개발·재건축이 활성화되면 기존에 진행하던 공공주도 정비사업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 역시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주도 정비사업에 대해 비협조적이거나 소극적인 지원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주도 사업의 핵심 역할을 맡는 SH가 서울시의 입김 아래에 있는 점을 생각하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1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2.4대책 등 주택공급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왔는 바, 앞으로 이런 상호협력이 더욱 더 긴밀하고 견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공정비사업 추진 구역들의 선택의 폭이 넓진 않은 상황이다.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의 정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민간 사업 추진이 어려운 구역들이 다수 있어서다.
이에 시장에선 공공정비사업이 불가피한 구역을 위주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종덕 공공재개발협의회 회장은 "정비구역 해제된 지역은 공공재개발 외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민간재개발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정비계획 지정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송승현 대표는 "정부에서 공공 개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또다른 대안(민간 재개발)이 생겨버리면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주도로 갈 수 있는 사업장은 민간 개발을 하고 공공이 개입해야 하는 곳들, 사업성이 낮아 민간이 접근하지 못하는 곳들은 '주도'가 아닌 '지원' 형태로 들어가는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