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일 공공과 민간 개발을 통한 조화로운 주택공급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가 공공주도의 주택 공급에 주력하면서 민간공급을 사실상 막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행보다.
그동안 민간 정비사업 조합들이 요구했던 사업성 개선 등을 위한 층고 규제 완화 등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 '민간 공급 필요' 인정한 노형욱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18일 가진 주택 공급기관 간담회에서 "공공이 중심이 되는 주택공급과 민간이 중심이 되는 주택공급이 조화롭게 추진돼 나가야 한다"며 "주택공급 주체는 주민이 입지여건 등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노형욱 장관이 민간 주택 공급의 필요성을 언급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 장관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도 공공과 민간의 조화로운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14일 취임사에서도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관계기관과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공공 주도 개발과 민간 개발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입지 여건에 따라 공공개발이 적합한 곳은 공공이, 민간이 적합하면 민간 개발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강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서울 등 주요 도심에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민간 공급도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일부 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는데서 시장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에서도 민간과 공공이 주택공급의 두 축이라는 점을 명시하는 등 민간 주택 공급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며 "이는 공공주도의 개발 공급을 강조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상당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 안전진단 완화 일축, 층고 규제 등은 풀릴 듯
아직 정부와 서울시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곧 협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신규주택 인허가 단계를 기준으로 2025년까지 재건축과 재개발로 연간 4만8000가구씩 24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비정상적인 거래나 가격 급등에 대해선 좀 더 강력한 규제를 국토부와 함께 내놓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큰 틀에서 같은 입장을 내보인 만큼 민간 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을 위해 정비사업 규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당장 규제완화 방안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추후 정비사업 일부 규제완화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세훈 시장도 규제완화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단순 사업 허가 뿐 아니라 높이제한 등을 완화하겠다는 내용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민간 개발이 속도를 내려면 사업성을 높여주는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며 "용적률과 관련된 층고 규제를 비롯해 기부채납 비율 조정 등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사업 첫 관문인 안전진단 완화 등은 어려운 상황이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재건축 안전진단은 엄격히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며 "현재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라 안전진단 완화를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