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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 많은 청약고가점자는 어디서 왔을까?

  • 2021.06.30(수) 09:44

점점 높아지는 가점컷에 3040 청포족 늘어
수십억 전세 거주자·현금부자도 무주택서민?
땜질처방 대신 근본적 청약제도 손질 필요

'84점'

올해 서울에서 벌써 두 번째 청약가점 만점짜리 통장이 나왔습니다. 지난 1월 강동구 '힐스테이트리뷰빌강일'에 이어 이달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에서요.

강남권 분양 최대어로 꼽히던 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청약당첨자의 평균 가점이 72.9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은평구 'DMC센트럴자이' 71.1점)까지 갈아치웠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인데요. 

참 신기합니다. 가점도 높고 현금(분양대금) 여력도 되는 청약자들이 이렇게 많다니……. 청약 가점제는 부양가족이 많고 무주택기간 및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오래될수록 유리한 구조라 높은 점수를 받기가 쉽지 않거든요.

청약 가점은 △부양가족 35점(6명 이상) △무주택기간 32점(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15년 이상) 등 총 84점 만점으로 구성되는데요. 4인 가족(부양가족 20점)을 기준으로 무주택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도 69점으로 원베일리 평균 당첨 커트라인보다도 낮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5년 동안 무주택 자격과 청약통장을 유지하고 부양가족도 4명(25점·본인포함 5인 가구)은 있어야 74점으로 70점을 넘길 수 있는 셈인데요. 2030 청년세대는 물론이고 40대조차도 받기 쉽지 않은 점수입니다.

청약시장이 이처럼 과열되고 고가점자들이 몰리는 주된 원인은 '가격' 입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9533만원(한국부동산원)으로 10억원에 바짝 다가섰는데요. 반면 분양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관리 등을 통해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당첨만 되면 '억' 단위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됩니다. 원베일리의 경우 10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사람이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20년을 꼬박 모아야 10억원이 됩니다. 그야말로 '로또'를 연상케 하는 환상적인 투자수단인 셈이죠.

극소수의 수분양자에게 모든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특히 고가점을 가진 중장년층들에게 말이죠. 전 타입의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강남권 아파트 견본주택 취재를 다녀보면요.

인근에서 15억원짜리 전세에 살면서 청약을 기다렸다는 분도 있었고요. 시세 차익을 위해 괜찮은 집이 나올 때까지 줄곧 기다렸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부모님 대신 견본주택에 방문했다는 20대 청년과도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부모님이 청약에 당첨되면 그 집에 전세를 들어가서 살다가 나중에 증여받을 계획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처럼 자산가들도 청약 가점만 된다면 새 아파트를 저렴하게 분양받아 시세차익을 보는, 한 마디로 '돈이 돈을 버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힙니다. 상가, 토지 등을 보유해도 '주택'만 없으면 1순위 청약을 쓸 수 있고요. 반면 낡고 오래된 집을 한 채만 가지고 있어도 유주택자들은 청약을 통한 '새 집 갈아타기'가 불가능하거든요.

애초 청약 가점제는 오랫동안 무주택이었던 서민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말이죠. 취지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3040 젊은층을 위해 청약제도를 여러 번 개편하긴 했는데요. 신혼부부나 기혼자를 위한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개편하면서 미혼 가구나 1인 가구 등이 소외되자 또다시 불만이 나옵니다. ▷관련기사: [45세 (주택)청약씨]149번 바뀌며 너덜너덜…'아직 진행중'(2월19일)

결국 3040 '청포족'(청약 포기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갈수록 치솟는 집값에 불안함을 느끼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해서 '패닉바잉'(공황 구매)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여당에서 또다시 청약제도를 손질하려고 하는데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연령대별 균등 주거기회 부여를 명시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젊은층의 청약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이번엔 4050 중년층의 '역차별' 목소리가 커지겠죠.

수요자들 입장에선 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도 골칫거리입니다. 이미 현 정부 들어서만 청약제도의 기본법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22번 개정됐거든요. 1년에 5번꼴로 제도가 바뀐 셈이죠. 

근본적인 개선이 아닌 이같은 땜질식 처방이 이어진다면 이로인해 소외되는 계층의 불만 또한 계속될 겁니다. 어느 한 쪽에만 (청약) 문을 열어주기보다는 균등한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할듯 한데요. 청약제도 또한 1978년에 도입돼 50년 가까이 된 낡은 정책인 만큼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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