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청약컨설팅 해줍니다!
주택 청약제도가 도입된지 45년간 총 149번이나 바뀌었다. 1년에 3.5번 꼴이다. 청약제도가 주택경기 변화에 따라 수요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이용돼 온 탓이다.
이번 정부도 벌써 20번이나 청약제도를 손봤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청약 기회를 확대한다는 취지였지만 지나치게 여러번 바뀌다 보니 오히려 예비청약자들이 내집마련 준비에 혼선을 겪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급기야 시중은행에선 청약컨설팅 서비스를 내놨고, 각종 SNS를 통해서도 이와 관련한 유료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청약제도의 기본법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지난 1978년 법 제정 이후 총 148차례에 걸쳐 일부 또는 전면 개정이 이뤄졌다. 오늘(19일)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요건 완화 개정까지 포함하면 149번이다.
청약제도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내집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투기를 막기 위해 첫 등장했다. 이후로 경기 부양이 필요할 땐 청약규제를 완화하고 주택 시장이 과열될 땐 청약문턱을 높이는 식으로 수정돼 왔다.
주택보급률이 낮았던 제도 초반엔 청약요건이 까다롭지 않았다. 국민주택청약부금에 한 달에 한 번씩 6회 이상 불입해 50만원이 되면 청약 1순위 자격을 받았다. 1978년엔 민영아파트 청약예금 가입자 중 6회 이상 떨어진 낙첨자에게 우선당첨권을 주는 '0순위' 제도도 있었다.
1980년대 들어선 투기가 과열되자 정부가 민영주택의 채권입찰제, 전매제한 및 재당첨 금지기간 연장 등 규제를 강화했다. 1990년대엔 주택 200만 가구 공급으로 가격이 안정되자 다시 규제를 완화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가구1계좌 원칙까지 폐기하며 청약제도를 실물경기 회복을 위한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2000년 들어서도 같은 이유로 규제 강화와 완화를 되풀이했고 2016년부터는 다시 '규제'로 돌아섰다.
청약제도 변경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 출범한 이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무려 20회(19일 개정 포함) 개정됐다. ▲2017년(5월 이후)에 4번 ▲2018년 5번 ▲2019년 4번 ▲2020년 4번 올해는 지금까지 3번 개정돼 1년에 약 4번꼴로 바뀌고 있다.
청약 1순위 요건 강화 및 조정지역 가점제 적용 비율 확대(2017년)를 비롯해 분양권·입주권 소유자를 무주택자에서 제외(2019년)했다. 지난해부터는 과천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우선공급 대상자 거주 요건을 기존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강화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거나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주택 당첨자의 재당첨제한기간도 7~10년으로 확대했다.
실수요자 중에서는 특히 '3040 챙기기'에 주력했다. 청약가점제가 나이가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여서 젊은 세대들이 소외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확대(2018년)하고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민영주택에도 도입(2020년)했다. 오늘부터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공의 우선공급 물량을 70%로 줄이고 일반공급 물량을 30%로 확대한다. 일반공급은 소득기준도 도시근로자평균소득의 140%(맞벌이 160%)로 올라 연소득 1억원이 넘는 맞벌이 부부도 신혼부부 특공에 청약할 수 있게 됐다.
이달 발표한 2·4대책에선 신혼부부 외 3040세대의 청약 기회 확대를 위해 가점제에서 추첨제(2·4대책 물량에 한정)로 정책 방향까지 선회했다. 가점이 낮고 소득이 높은 수요자에게도 당첨 기회를 주기 위한 취지다.
그동안 정부는 끊임없이 '실수요자'를 위한 청약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도를 개편해 왔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거듭된 개정으로 오히려 내집마련 준비에 혼선이 생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조차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가장 어려운 법이 됐다며 혀를 내두른다. 실수요자들은 번번이 바뀌는 청약제도를 공부하고 이에 따른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1년에 4번꼴로 바뀌니 봄에 세워둔 계획이 가을엔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최근 1년만 봐도 지난해엔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비율을 늘렸지만 올해 2·4대책에선 공공분양 청약에 일반공급을 늘려 다시 특공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추첨제가 확대되고 최근 공공분양 주택에 청약예금·부금 가입자도 청약할 수 있도록 제도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수요자들 입장에선 '전략 수정' 요인이 될 수 있다.
'부적격 당첨' 공포도 무시할 수 없다. 시시각각 바뀌는 청약제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실수하면 귀한 청약 당첨 기회를 날릴 수 있다.
지난해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청약 부적격 당첨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청약 당첨자 49만8036명 중 부적격 당첨자가 4만8739명으로 10%에 달했다. 이중에서도 74.7%(3만6391명)는 청약가점 오류로 인해 부적격 당첨됐다.
이러니 곳곳에서 '청약컨설팅 서비스'가 나올 지경이다. 신한은행은 관련 서비스를 내고 청약가점 산출, 분양예정단지 추천, 분양가 대비 예상 대출한도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각종 SNS를 통해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청약 점수와 청약예정단지를 얘기하면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자칭 '청약전문가'가 전략을 제시해주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도의 틀 자체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부적으로는 무주택자 중에서도 서민을 가려내 기회를 제공하고 85㎡ 이하에선 추첨제를 확대하는 식으로 청약 당첨의 여러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청약제도 자체를 크게 정비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시장변화에 허겁지겁 따라가느라 너무 자주, 많이 바뀌어서 예비청약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누더기형 제도가 돼 버렸다"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너무 방대하고 오래돼서 현실성이 부족하고 본래의 취지를 상실했거나 용어가 혼재해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게 틀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