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건축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4대책에서 공공재건축 사업을 내놓은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범사업지 5곳 외엔 추가 사업지를 선정하지 못한 상태다. 심지어 시범사업지 중 규모가 가장 큰 미성건영아파트가 민간재건축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점점 더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재건축 사업에서 치명적인 규제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분양가상한제 등을 과감히 완화해주지 않는 이상 공공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재건축, 시범사업지 4곳뿐
공공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8월4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하나로 제시됐다.
LH나 SH 등 공공이 사업을 주도해서 속도를 앞당기고 용적률을 최대 500%(최고 50층)까지 높여주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이상을 공공임대·분양으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관련기사: [집잇슈]공공재건축, 인센티브 더 줄게…"그래도 어림없어"(2020년10월29일)
분양가상한제 적용에서 제외되는 공공재개발과 달리 공공재건축은 상한제뿐만 아니라 재초환까지 규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공공재건축은 사전 컨설팅을 신청한 15곳 중 7곳만 컨설팅을 마쳤다. 그 중 △영등포구 신길동 13구역(461가구) △중랑구 망우동 1구역(438가구) △관악구 신림동 미성건영아파트(695가구) △용산구 이촌동 강변강서아파트(268가구) △광진구 중곡동 중곡아파트(370가구) 등 5곳(총 2232가구)을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기대했던 강남 등 주요 지역이나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흥행 실패'라는 평가가 나왔다.
심지어 최근엔 가장 규모가 큰 미성건영이 이탈하면서 분위기는 더 싸늘해졌다.
미성건영 재건축조합은 지난 3월 재건축 사업의 이윤 확대로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완화하기 위해 17.8%의 주민 동의를 받아 SH공사에 공공재건축 심층컨설팅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달 미성건영이 삼면이 학교로 둘러쌓여 있어 학교에 미치는 일조권과 거리 조정 때문에 용적률 상승에 제약(250% 이하)이 따른다는 심층컨설팅 결과를 받게 됐다.
이덕근 미성건영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용적률을 300%로 높여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분담금을 낮춰보려 했던 것이 무산됐다"며 "정비계획 때 받아놓은 용적률 250%에서 더 높일 수 없다면 수익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공공재건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너무 먼 5만가구…"인센티브 확대해야"
갈수록 공공재건축이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공공재개발은 2차 후보지까지 정했지만 공공재건축은 아직 시범사업지 외 추가 확보를 못한 상태다. 국토부는 애초 공공재건축 시범사업을 신청했다가 주민동의율 미확보로 제외됐던 서초구 신반포19차와 구로구 구로산업인아파트 등 2곳과도 공공개발을 추진하려 했으나 두 곳 모두 민간재건축으로 돌아선 상태다.
LH 관계자는 "계속 홍보는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쪽에서 확정적으로 신청이 들어온 건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목표했던 2025년까지 공공재건축 5만 가구 공급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건설동향 브리핑'을 통해 "공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됐던 대단지들이 다 빠지고 5개 중‧소규모 단지만 선도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공공재건축은 현 조건으로는 목표로 한 5만 가구 공급 달성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초 정부는 정비구역 지정은 받았으나 사업시행 인가를 넘지 못한 서울 재건축 단지 93개 26만 가구 중 20% 정도인 5만 가구가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미성건영이 빠진 4개 시범사업을 통해 가구 수가 늘어나도 총 1537가구 공급으로 목표 공급량의 3%에 불과하다.
이에 시장에선 재초환 및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의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가장 치명적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사업 진행을 앞당기는 정도의 인센티브만 주고 있어 이대로는 활성화가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LH 관계자는 "공공재건축을 홍보하러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인센티브 확대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그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인센티브 확대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 정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