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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15억 대출 허용, 강남러 움직일까?

  • 2022.11.02(수) 06:30

3년만에 주담대 15억원 규제 해제
'갈아타자' 벌써 움직이는 강남권?
"그래도 대출금리·DSR규제 더 세"

3년만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15억원 족쇄'가 풀린다. 이에 고가 아파트가 모여 있는 강남권 등에선 벌써부터 '갈아타기'로 추측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더욱 강한 소득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버티고 있는 데다, 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있어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드디어 풀렸다!'…움직이는 강남

정부가 최근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주담대 15억원 규제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이후 잠실 등 강남권에서 주택 수요자들의 셈법 계산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중개업소 등 사이에선 규제 해제 발표(지난달 27일) 다음 날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19억원대 매물(전용면적 84㎡) 3건이 계약됐다는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시장에선 이들 계약에 대해 매수자가 규제 해제를 발판 삼아 일단 매수한 뒤 잔금은 해제 적용 시점(내년 초 예상) 이후에 대출을 받아 납부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5억원 대출 규제는 지난 2019년 12월16일 부동산 대책에서 처음 도입해 발표 다음날부터 적용한 금융 규제다. 

당시 중도금대출은 9억원, 잔금대출은 15억원부터 막으면서 각각 '고가 주택', '초고가주택'의 기준으로 작용했으나 이 상한선이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상승기에 전국적으로 집값이 오른 가운데 다주택자를 겨냥한 부동산 규제들이 겹치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진 탓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9년 말 서울 전용면적 85㎡ 초과 대형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는 14억7934억원이었으나 2년 뒤인 2021년 11월엔 17억7824억원으로 되레 올랐다. 

이에 시장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규제라는 지적이 나왔고 해당 규제는 현재 헌법재판소에 위헌확인 소송까지 제기되며 '해제' 가능성이 점점 높아졌다. 

올해 들어 급격한 금리 인상과 부동산 고점 인식 등이 맞물리며 부동산 조정기에 접어들자, 정부가 3년만에 주담대 15억원 규제 해제를 결정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강남권에선 일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기준 전국에서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15억원을 넘는 지역은 △강남 22억2550만원 △서초 20억1200만원 △과천 16억7650만원 △용산 16억2200만원 △송파 16억2100만원 등 5곳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5억원 규제 해제 소식에 지난 주말에 잠실에서 급매 매물이 일부 소진됐다"며 "강남권에선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갈아타기 수요가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래봤자'…더 센 건 금리, 그리고 DSR

그러나 이번 규제 해제 만으로 '거래 활성화'가 이뤄지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출 금리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DSR 규제가 풀리지 않아 좀처럼 매수 심리를 자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은행이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5%포인트 올리면서 은행권 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10월 기준(9월 취급분) 5대 시중은행(농협·신한·우리·하나·KB국민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금리구간별 취급비중을 보면 농협, 우리, 하나은행의 연 4% 미만 대출 비중은 '0'(제로)였다. 

지난 9월 이들 은행에서 분할상환식 주담대를 받은 사람 중 연 4% 미만 금리를 적용받은 차주가 없다는 뜻이다. 나머지 주담대는 주로 대출 금리 연 4~6% 구간에 집중됐다. 

미국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로, 한국은행이 이달에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주담대 금리가 연내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는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이다. 

대출 규제의 '끝판왕'격인 DSR도 여전히 적용 중이다. 올해 7월부터 총 대출액이 1억원이 넘는 차주는 은행권 기준으로 DSR 40% 제한을 받고 있다.

DSR은 총 소득에서 전체 대출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총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이 막힌다. 

이 와중에 집값 하락세는 본격화하고 있어 당분간 주택 매수 심리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월30일(-0.01%) 하락 전환한 후 22주째 내리막길이다. 올해 1~9월 수도권 아파트값은 2.37% 하락해 동기 기준으로 2012년(-4.13%) 이후 10년 만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15억원 대출 규제 해제로 잠실 등 강남권도 하락폭이 큰 단지들은 갈아타기 수요 등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 DSR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세기 때문에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고 봤다.

이어 "규제지역 해제, 금리인상 멈춤 등이 있을 경우 가격이 다시 반등할 여지가 있어 당장 DSR규제를 풀기도 힘들 것"이라며 "DSR 등 강한 규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주택 매수 심리가 살아나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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