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확연하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늘어난 미분양 주택은 79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한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건설사들의 긴장감은 여전한 분위기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청약 시장 분위기가 회복하고 있긴 하지만 흐름이 뒤바뀐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에 미분양이 늘지 않은 건 위축한 수요가 되살아난 영향이라기보다는 건설사들이 시장 침체에 분양을 미룬 결과라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금리가 높고 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만큼 미분양 증가세를 막기는 어려울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건설사 등 사업 주체들이 분양가를 낮추는 등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지속해 나오고 있다.
미분양 증가세 주춤…주택 거래량도 늘어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총 7만 5438가구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전달 7만 5359가구보다 0.1%(79가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가팔라졌던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확연하게 꺾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의 경우 전달 1만 2257가구에서 지난달 1만 2541가구로 미분양 주택이 2.3% 늘었다. 특히 서울은 지난 1월 996가구에서 지난달 2099가구로 110.7% 증가했다. 반면 지방은 6만 3102가구에서 6만 2897가구로 0.3% 줄었다.
지난해 8월 이후로 국내 미분양 주택은 매달 많게는 한 달에 1만 가구 이상 늘어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특히 지난 1월 말에는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를 넘어서여 10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국내 미분양 주택 규모가 10만 가구까지 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최근 미분양 주택 증가세와 관련, "미분양 물량 10만 가구까지는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한 규제 완화 효과 등으로 청약 시장에 불던 찬바람이 다소 사그라든 것으로 풀이된다.
2월 주택 매매거래량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4만 3179가구로 전달(2만 5761가구)보다 59.9% 증가했다. 1년 전 거래량인 4만 1191가구와 비교해도 증가한 수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지속해 보여줬던 영향으로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주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미분양 주택 수 자체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처럼 급속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분양 미룬 영향도…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
다만 지난달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완화한 건 수요가 완전히 살아난 영향이라기보다는 건설사 등 사업 주체들이 분양을 미룬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올해 2월까지 누적 분양 실적은 전국 기준 1만 94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 4233가구)보다 7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에서 분양 물량이 같은 기간 1만9755가구에서 2943가구로 크게 줄었다.
아울러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2월 말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8554가구로 전달(7546가구)보다 13.4%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 규모는 지난 2021년 말 이후 7000가구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큰 만큼 건설사 등 사업 주체들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익만 추구하기보다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 분양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는 데다가 실물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요가 위축해 있는 흐름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하는 등의 자구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청약 시장 분위기가 최근 들어서 조금 바뀌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기대감을 갖게 될 수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미분양 주택이 줄어드는 정도는 아니고 증가세가 주춤하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긴장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