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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시대]정부, SR에 출자 추진…민영화 논란은 왜?

  • 2023.05.23(화) 12:11

정부출자기업에 에스알 포함 "노선 확대 등 기반 마련"
철도 노조 "민영화 수순" vs 정부 "근거 없는 음모론"

정부가 수서발 고속열차 운영사인 에스알(SR)에 출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학연금과 기업은행 등 기존 투자자들이 내달 만기인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SR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측은 정부 출자를 위한 근거법조차 없는 기업에 대한 지원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향후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정부, 정부출자기업에 SR 포함 추진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출자기업체 범위에 에스알을 포함하는 방안이 골자다.

기재부는 "에스알의 운행노선 확대와 신조 고속철도 차량을 추가 도입할 계획으로 안정적인 사업 추진 기반 마련을 위해 자본금을 조속히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시행령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SR과 국토부 등에 따르면 SR의 지분은 코레일이 41%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사학연금(31.5%)과 기업은행(15%), 산업은행(12.5%)이 나눠 갖고 있다. 이중 코레일을 제외한 투자자들의 경우 코레일과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맺고 지분을 투자했다.

이 풋옵션 만기일이 내달 17일로 다가오면서 정부가 출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에스알의 부채는 현재 110%가량에서 1000%를 넘어설 수 있어 이를 낮추겠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해당 지분을 코레일이 전부 사들이게 되면 지분 100%를 모두 갖는 구조가 되는데, 정부는 이번 출자를 통해 이를 40%대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SR 지분 및 납입자본금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철도노조 "민영화 수순" 반발…내달 투쟁 예고

이에 대해 전국철도노동조합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출자를 위한 근거법이 없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극히 이례적인 데다가 다른 공기업에 구조조정 등을 압박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는 다르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최대주주가 될 경우 향후 민영화를 추진하기가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번 출자 방안이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내달 중 준법투쟁과 철도노동자 결의대회 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철도노조는 성명을 통해 "SR의 부채비율이 문제라면 굳이 정부가 직접 출자할 것이 아니라 코레일에 출자해 코레일이 지분을 매수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SR 지분의 제3자 매각을 통한 민영화 시나리오라는 의심을 벗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선택지"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이런 주장이 근거 없는 음모론에 불과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 정부는 여러 차례 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없다고 밝혀 왔다"며 "더욱이 이번에 출자를 하더라도 코레일이 지분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SR의 지분은 정관상 민간에 매각하지 못 하게 돼 있다. 정관을 개정하려면 지분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코레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철도노조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선전 자료 캡처.

정부, 철도 공기업 경쟁 체제 강화 움직임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코레일과 SR의 경쟁체제 유지나 통합에 대한 판단을 일단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통합 미룬 코레일·SR…흔들리는 철도 판(1월 9일)

하지만 철도 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사실상 철도 공기업 경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철도 노조가 이번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에스알은 오는 9월부터 경부·호남 고속선에서 경전선(창원·진주)과 전라선(순천·여수), 동해선(포항)을 신규로 운행할 예정이다. 이 노선은 그간 코레일이 단독으로 운영해 왔다. SR은 열차를 증편하기 위해 현대로템과 신규 SRT 차량 구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출자를 통해 코레일이 최대주주 지위에서 벗어나게 되면 두 공기업의 경쟁 체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레일과 철도노조는 줄곧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주장해왔다. 지금의 경쟁체제가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SR이 알짜 노선을 차지하고 있는 탓에 코레일의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SR의 경우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민영 철도 운영사를 만들겠다고 추진했다가 반발 여론에 공기업으로 출범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SR의 경쟁력 강화나 독자 운영 등을 추진하는 게 민영화를 위한 수순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철도노조는 "이번 출자는 사회적 논란 속에서도 고속철도 경쟁 체제를 고집스럽게 추진해 온 국토부 정책 실패의 방증이자 억지 경쟁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부당 특혜"라며 "지금이라도 고속철도 분리운영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고속철도의 통합 운영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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