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내년께 코레일의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다만 15조원에 달하는 금융부채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선 12년째 동결 중인 철도 운임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달 중 윤곽이 나올 코레일의 시설 유지보수 체계 개편에 대해선 철도 산업 특성상 (건설-시스템의) 밀접도가 높은 만큼 유지보수 통합이 바람직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더 나은 철도 서비스 제공을 위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지난 7일 국토교통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KTX 수익으로 흑자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내년 정도면 영업이익을 좀 낼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2017년 이후 매년 영업 손실을 내 왔다. 2020년 1조2113억원 손실을 기점으로 매년 줄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에도 396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19 엔데믹 등의 영향으로 여행객이 늘면서 영업 이익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물가가 많이 오른 데다 금융부채 이자가 높아 이를 감당하기 위해선 철도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철도 운임은 올해로 12년째 동결 상태다.
한 사장은 "소비자 물가가 30% 가까이 올랐고 전기 요금 4000억원에 못 미치던 게 올해 6000억원까지 나갈 것 같다"며 "인건비도 같이 오르다보니 수선 유지비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간철도 운임은 지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오르지 않았다"며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국가정책상 물가 인상 걱정이 있고 철도운임은 항상 후순위로 밀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물가상승 압박이 있어서 아직 견딜만 하기도 하고 예정돼 있는 용산 역세권 개발 통해 부채 절대액을 줄일 계획도 있다"면서도 "저희 부채 20조원 중 15조원이 금융 부채인데 이에 대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어야 추가 부채가 늘어나지 않으니 그정도 감당할 만큼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개통을 시작하는 수도권광역철도망(GTX)에 대해선 KTX의 수요 및 수익 위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한 사장은 "GTX 노선이 들어올 때 광역 철도 수요가 이탈되지 않을까 걱정은 된다"면서도 "코레일 이익은 KTX에서 많이 나기 때문에 광역 철도에 수익구조가 영향을 많이 미칠거라고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익이 조금 줄어들 순 있지만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경쟁자가 생기면서 상호작용 및 시너지로 대중교통 파이가 커질 수 있다고 봐서 기회가 커진다고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온 코레일의 시설 유지보수 업무 분리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대 견해를 밝혔다.
코레일은 열차 운영부터 관제, 시설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최대 철도기관이다. 사실상 철도 관련 전반적인 역할을 독점하는 가운데 크고 작은 철도 사고가 이어지자 업무 이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토부·국가철도공단·코레일이 공동으로 글로벌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다. 국토부는 이 연구 결과를 포함한 철도안전체계 개선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한 사장은 "정부에서 용역을 진행중이고 용역에서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코레일 사장으로서 정부 정책 결정에 따라 안전하게 (운영)하는 게 전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철도 산업 특성상 철도는 건설 때부터 어떤 전기차가 시속 몇 키로로 달릴지 다 세팅이 돼서 도로 등 다른 인프라에 비해 밀접도가 높다"며 "통합돼서 유지보수나 운행이 이뤄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 사장은 취임 100일이 지난 소회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큰 파고를 넘은 것 같다"며 "코레일은 많은 도전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레일이 미래 융합 교통서비스를 선도하고 대한민국 철도산업의 표준이 되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며 "더 나은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통적인 운송기업을 넘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을 해야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