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신청을 온라인으로 받고, 또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 구축에 나섰다. 최근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빈번해진 만큼 검증 서비스를 적시에, 빠르게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신청자와 기관이 이메일로 주고받던 자료를 전자 시스템으로 대체해 자료 전송 오류를 줄이고, 검증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 '깜깜이' 불편을 해소하는 게 핵심이다. 문자 알림 기능 등도 추가해 신청자의 불필요한 대기 시간도 줄일 계획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 전자 접수 시스템 개발' 용역 긴급공고를 내고 관련 절차를 추진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부동산원은 급히 용역을 발주한 이유에 대해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 등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정비사업의 공사 중단, 입주 지연 등 분쟁과 갈등으로 인한 입주민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원 처리와 대국민 서비스 제공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 구축을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정비사업에서 공사비를 일정 비율 이상 증액하려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사업시행자가 검증기관에 의뢰해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돼 있다.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최근 공사비 증액을 두고 분쟁이 늘면서 검증 수요도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현대건설 시공), 신반포22차(현대엔지니어링), 송파구 잠실진주(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기사:[집잇슈]조합-건설사 '공사비 전쟁'...누가 재건축될 상인가(2024년2월14일)
검증 수행 기관은 부동산원을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지방공기업이다. 그러나 LH는 별도의 업무팀이 없고 SH공사는 최근 시범 사업을 시작하면서 검증 체계를 구축 중이다. 현재로선 공사비 검증을 맡길 곳은 부동산원뿐인 셈이다.
부동산원은 지난 2019년부터 '공사비 검증부'를 별도로 두고 관련 업무를 진행해 왔는데 최근 들어 의뢰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해 완료된 건수는 2019년 연간 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한 해 30건까지 늘었다. 올해도 벌써 2건의 검증이 완료됐다.
그동안 공사비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신청인)하거나 보완 자료를 요청(담당자)할 땐 이메일을 주로 이용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료의 누락·손실 우려가 있었다.
이번에 웹사이트를 구축하면 신청자가 다양한 종류의 파일을 올릴 수 있고 담당자도 열람이 간편해질 전망이다. '깜깜이'였던 진행 상황도 알기 쉬워진다. 업로드를 완료하면 등록 일자가 표시되고, 차수별로 등록된 자료는 등록 현황 테이블에 저장되게 할 예정이다.
아울러 신청인의 자료 업로드가 완료되면 담당자에게 파일 등록 안내 메일이 가고, 신청자에겐 등록 완료 문자 및 메일이 전송되는 시스템 조성을 추진한다. 추가 보완자료, 중간 설명회 자료, 소명자료 등록, 완료 보고서 등이 있을 때도 신청자에게는 메일 및 문자 알림이 가게끔 한다.
수수료 등 비용 계산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전체 및 증액공사 검증 수수료'는 공사비 또는 증액 공사비 규모에 따라 500만~4850만원 이상인데 개별 사업에 맞는 수수료를 알 수 있게 계산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또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생산자 물가지수 중 총지수 데이터를 연계해 '공사비 증액 비율' 계산 기능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검증 온라인 '허브'가 구축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청인의 불필요한 시간 부담을 줄이고 검증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하면 검증 자체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정비시장에서 공사비 검증이 상당한 이슈지만 조합원들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기 어려워 답답함이 있었다"며 "웹사이트 구축으로 절차가 효율화되고 투명성이 높아지면 이용 편의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연내 웹사이트가 상용화될지는 불투명하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용역사와 계약은 체결했고 6개월간 개발한 뒤 시스템 점검 등을 거쳐야 한다"며 "연내 오픈할 수 있을지 확정할 순 없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