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의 끝은 암울했다. 상당수 상장기업들이 분식회계사실이 적발된 시점을 기준으로 길어야 5년 내에 상장이 폐지됐다. 2005년 이후 분식회계가 확인된 241개 상장기업 중 146개 기업이 상장폐지의 쓴맛을 봤다. 상장폐지될 확률은 무려 60.6%다.
일부는 감독당국에 적발되기도 전에 상장이 폐지됐고, 대부분은 감독당국에 적발된 뒤 1년 이내에 상장이 폐지됐다. 적발된 지 4~5년 후에 상장폐지를 맞은 기업도 우회상장 등으로 버틴 때문이지, 상대적으로 더 우량하거나 좋은 기업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장폐지까지 가지 않기 위해 회계를 덧칠하면서 화장의 두께는 더 두꺼워졌다. 거짓이 거짓을 부르는 분식회계의 악순환을 거치다 결국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 지난 1월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5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이명근 기자 qwe123@ |
# 분식회계 많았던 업종서 상장폐지도 많아
분식회계 적발 기업이 가장 많았던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업체의 경우 상장폐지 기업의 숫자도 많았다. 2005년 이후 상장이 폐지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18개 기업으로 같은 기간 분식회계가 적발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24곳 중 75%에 달했다.
어울림정보기술, 어울림엘시스, 골드카운티, 에스브이에이치, 하이스마텍, 코스모스피엘씨, 넷시큐어테크놀러지, 신지소프트, 한국통신데이타, 티에스엠홀딩스, 아이씨엠, 여리인터내셔널, 트라이콤, 에이트픽스, 조이토토, 이네트, 세종로봇, 벅스인터랙티브, 코어비트, 하이콤정보통신 등이 모두 상장폐지됐다.
서울상호저축은행, 에이치케이상호저축은행, 신민상호저축은행, 부산상호저축은행 등 상호저축은행 업종은 적발된 4곳 모두가 상장폐지돼 상장폐지율 100%를 보였고, 반도체 제조용기계 제조업종에서는 유비프리시젼(아이팩토리) 한 곳을 제외한 유일엔시스, 이지에스, 단성일렉트론, 아이알디, 테스텍이 모두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 간판 바꾸고 우회상장으로 버티기도
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단계까지 갔지만 겨우 상장폐지를 면한 사례도 많았다. 대한전선도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올랐으나 계열사인 대한광통신과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지난 7일 극적으로 상장유지 결정을 받은 사례다.
신일산업은 20여일간 거래정지까지 갔다가 해제됐고, 성광은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위기에서 유상증자로 겨우 탈출했다. 연예인 배용준이 투자한 기업으로 유명했던 오토윈테크도 2006년 자본 전액잠식으로 퇴출위기에 처했지만 배용준과 소프트뱅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자본잠식에서 탈피했다. 오토윈테크는 키이스트로 이름을 바꿔상장했으나 2007년에 과거 분식회계 사실이 또 불거지기도 했다.
서원아이앤비는 2006년 3월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이 결정됐지만 법원에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감사의견 적정을 받아내 퇴출을 모면했다. 피에스엠씨는 전 임직원 횡령문제로 2013년 상장폐지심사대상에 올랐으나 흑자전환으로 폐지를 면했고, 수성 역시 200억원대 횡령사건이 발생해 상폐위기까지 갔었던 기업이다. 케이에스피, 스멕스, 씨오텍 등도 상장폐지심사까지 거쳤다 극적으로 살아난 기업들이다.
우회상장으로도 상장폐지를 막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파로스이앤아이는, 태창가족을 흡수합병하면서 태창파로스로 명칭변경해서 상장을 유지했지만 2015년에 다시 분식회계문제로 상장이 폐지됐다. 2012년 상장폐지 기로에서 극적으로 상장이 유지된 에어파크는 퍼시픽바이오로 이름을 바꾼 지금도 회계처리 등의 문제로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간판을 수없이 바꿔달았지만 결국 상장폐지된 사례도 있다. 올초 상장폐지된 영진코퍼레이션은 2000년 제일기전으로 시작한 기업인데 이후 제일엔테크→세지→영진인프라→와이제이브릭스→영진코퍼레이션으로 6차례 사명을 변경하며 연명하다 상장폐지된 사례다.
유아이에너지의 상장폐지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 9월에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지만 상장폐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1심은 유아이에너지의 손을 들었지만 2심은 거래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이 옳다고 봤다.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