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지난해 20%(잠정)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복지부담을 고려하면 인상 흐름 자체는 긍적적이란 평가다.
조세부담률은 국민 소득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화 한 것으로 총조세(국세+지방세)를 경상GDP로 나눠 계산한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2015년 18.5%)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2015년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덴마크(45.8%), 스웨덴(33.6%), 프랑스(28.5%) 등 주요 선진국들과는 격차가 아주 크고 OECD 평균(25.8%)보다도 7.3%포인트나 낮다.
2007년에 19.6%까지 올랐지만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과 경기불황 등의 영향으로 2010년과 2013년에 17.9%까지 떨어졌다.
■ 한국 조세부담률(OECD 평균)
2005년 17.8%(25.0%)
2006년 18.6%(25.2%)
2007년 19.6%(25.3%)
2008년 19.3%(24.6%)
2009년 18.2%(23.6%)
2010년 17.9%(23.7%)
2011년 18.4%(24.1%)
2012년 18.7%(24.5%)
2013년 17.9%(24.7%)
2014년 18.0%(25.1%)
2015년 18.5%(25.8%)
2016년 19.4%(-)
2017년 20.0%(-)
이에 따라 복지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데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증세 없는 복지'는 구호도 거짓이었고 실상도 허구였다는 게 판명났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이 대표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조세부담률 상향을 공약하고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조세부담률을 2021년에 21%까지 맞추는 계획을 공약했고, 당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한 술 더 떠서 2021년까지 22%로 조세부담률을 인상한다는 안을 내 놨다. 안철수 후보 역시 구체적인 숫자만 밝히지 않았을 뿐 선거과정에서 조세부담률 인상 의견을 냈다.
결과적으로 2017년에 이미 20%에 도달했으니 향후 4년 간 1~2% 포인트의 변화는 충분히 가능한 수치가 됐다.
문제는 조세부담률 인상의 이면이다. 적정한 복지에는 적정한 부담이 따르는 게 맞지만 누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가 하는 각론에 들어가면 시각 차가 크기 때문이다.
◇ 높은 면세자 비중
우선은 세부담 편중이 해묵은 숙제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소득이 적거나 각종 비과세 또는 감면혜택을 받아 세금을 부담하지 않는 면세자 비중이 43.6%에 달한다.
2016년 기준으로 월급에 대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 774만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연간 총급여 1억원이 넘는 근로자도 1436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런저런 정책적 이유로 세금을 깎아주는 비과세감면 때문이다.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 역시 마찬가지다. 2016년 전체 법인세 과세 대상 기업은 64만5000개로 이 중 절반 가까운 30만5000곳(47.3%)이 세금을 내지 않았고, 법인세를 내지 않은 기업 중 28.2%인 8만6000곳은 적자가 아니라 흑자를 내고도 각종 세액공제와 감면을 받아서 법인세 납부액 0원을 기록했다.
■ 세목별 면세자 비중(2016년)
근로소득세 과세인원 1774만명 중 면세자 774만2000명(43.6%)
종합소득세 과세인원 587만5000명 중 면세자 74만2000명(12.6%)
법인세 미부담기업 30만5000개 중 비과세감면 8만6000개(28.2%)
전체 국세수입의 25%를 차지하는 주요 세목인 부가가치세의 경우도 OECD나 EU 등에 비해 비과세 품목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명목GDP 대비 부가가치세 부담도 OECD평균에 크게 못미친다.
■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 비교(OECD/EU/한국)
가공식료품 : 과세/저율과세/비과세
여객운송 : 과세/저율과세/비과세(일부과세)
도서·신문 : 과세/저율과세/비과세
영리교육 : 과세/과세/비과세
연탄·무연탄 : 과세/과세/비과세
인적용역 : 과세/과세/비과세(일부과세)
정부용역 : 과세/과세/비과세
■ 명목GDP 대비 부가가치세 부담(2016년)
한국 4.2%
독일 7.0%
프랑스 7.1%
영국 6.9%
OECD 평균 7.1%
◇ 너무 낮은 실효세율
비과세와 감면의 종류가 다양하고 규모가 크다보니 법정세율과 명목세율(산출세액/과표)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2016년 기준 종합소득자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평균 14.6%이고 근로소득자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평균 5.2%에 불과하다.
법인세의 경우 최저한세율로 비과세 감면에 대한 방어막을 치고 있지만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격차는 과표 5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경우 4.8%포인트(2015년 기준)에 달한다.
■ 세목별 평균 실효세율
종합소득세 14.6%
근로소득세 5.2%
법인세 16.6%
■ 법인세 과표구간별 명목/실효세율(2015년)
2억원 이하 : 10.5%/8.9%
200억원 이하 : 18.0%/15.0%
1000억원 이하 : 21.1%/18.9%
5000억원 이하 : 21.8%/19.5%
5000억원 초과 : 22.0%/17.2%
세목별 면세자 수를 줄이고 비과세와 감면제도를 축소·폐지하는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조세정책의 목록에 들어있었지만 제대로 이행된 적은 없다. 내던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 것도 어렵지만 줬던 혜택을 빼앗는 건 더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첫 해 조세부담률 인상효과를 본 것은 일부 고소득 자산가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의 덕이 크다.
하지만 일부 계층에 대한 증세만으로는 조세부담률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적정부담 적정복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해묵은 숙제인 면세자수 축소 및 비과세 감면제도의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